이후로도 민아는 과한 욕심을 내지 않았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주어진 역할에 묵묵히 임했다. 2014년 ‘참 좋은 시절’에서는 김희선의 아역으로 출연했고, tvN ‘꽃할배 수사대’(2014), SBS ‘모던파머’(2014)에서도 크지 않은 역할이었다. KBS2 ‘부탁해요, 엄마’(2015)와 같은 주말극에도 출연했고 ‘클릭유어하트’ 같은 웹드라마에도 등장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려 했다.
이번에 도전한 것은 MBC에서 새로 선보인 의학드라마 ‘병원선’이었다. ‘병원선’은 인프라가 부족한 섬에서 배를 타고 의료 활동을 펼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민아는 극 중 간호사 유아림 역을 맡아 대선배 하지원, 이한위, 김광규, 정경순과 호흡을 맞추며 동시에 또래인 강민혁, 이서원, 김인식과 풋풋한 청춘을 그려냈다.
최근 서울 중구 명동 FNC WOW에서 ‘병원선’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민아는 예상보다 더 밝고 그러면서도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병원선’이 끝났다. 선배들과 거제도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선배님, 감독님, 작가님이 좋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주셨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끝마쳤다. 제가 연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의학드라마도 처음이다 보니 걱정을 많이 했다.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게 응원을 많이 주셨다. 지금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감독님께서는 평상시의 모습대로 연기하라고 해주셨다. 덕분에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간호사로서 초반 미숙했지만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지금의 저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같은 소속사 강민혁을 비롯해 선배들이 매우 많다. 호흡을 맞추며 어렵지는 않았는지.
“강민혁 오빠는 같은 회사 식구이다 보니까 고기도 사주면서 분위기에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다.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줬다(웃음). 하지원 선배님은 극 중 송쌤과 너무 다르다. 송쌤은 무뚝뚝한데 실제로도 정말 밝고 러블리하시다. 정경순 선생님과는 충무김밥을 6인분이나 먹었다. 관광지이다 보니까 함께 구경하러 다니고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올해 초에 구안와사(안면 신경마비)가 왔었다고 한다. 연기하는데 지장이 없었나.
“4월에 얼굴과 왼쪽 팔이 마비가 돼서 병원에 갔더니 불면증이나 스트레스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병원선’ 촬영하기 전에 감독님과 미팅을 하는데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여서 너무 괴롭더라. 감독님께 몇 주만 시간을 더 달라고, 그 안에 꼭 노력해서 나아진 모습으로 뵙겠다고 약속드렸다. 다행히 촬영 초반부터 완치가 거의 다 된 상태였다. 표정연기에 지장이 갈까봐 불안해서 엄청 노력했다.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티가 안 난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맡은 역할이 병원선에 탑승한 간호사였다. 처음 맡아보는 역할인데 힘든 점은 없었나. 특히 초반에는 치마 복장으로 논란도 됐는데.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치마를 선택하셨던 것 같다. 간호사협회 분들과 시청자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7회부터는 바지를 입고 촬영했다. 뒤로 갈수록 논란이 잦아들어서 괜찮았다. 간호사 연기 중 힘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원래는 수술실에서 가만히 있다가 요구하는 것을 갖다드려야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가만히만 있으면 안 되지 않나. 무언가를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공부를 했는데 실제와 드라마의 중간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2013년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최근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가려는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저는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잡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연기뿐만 아니라 가수, 예능, 출판 등 기회가 오면 다 하고 싶다. 연기는 가수가 되기 전부터 갖고 있던 꿈이다. 당연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서 이번에는 조금 큰 역할을 맡았다. 앞으로도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해보지 않은 역할을 맡고 싶다. 그동안 밝은 역할이 대다수였는데 감정신이 있는 슬픈 연기도 해보고 싶다.”
-구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혹은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선배라든지.
“일본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여자주인공 역할. 사실 죽음을 앞두고 슬픈, 말그대로 비련의 여주인공인데 그 안에서 사랑도 하고 꿈도 펼친다. 겪어보지 않은 것을 연기를 토해 경험하는 게 재미있다. 제가 죽음을 앞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 함께 연기하고 싶은 분은 소지섭 선배님이다. 원래 이상형이었다. 감히 제가 그분과 멜로 연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냥 한 작품에 같이 나올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최근 발간한 에세이 ‘별은 밤에도 길을 잃지 않는다’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의외인 데 책을 읽고 사진을 보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일기도 항상 쓰고 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수시로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렇게 모아놓은 것들이 책을 출판하는데 도움이 됐다. 사실 제가 평소에 말을 많이는 해도 감정 표현이라든지 속에 있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책을 통해서 많이 말을 하고 싶었다.”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싶나.
“저에게는 AOA 민아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물론 좋기는 하지만 배우로서는 AOA가 아닌 배우 권민아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권민아가 더 인식될 수 있도록 배우로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