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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 크게 는다"…달아 오른 제약사

美, 고혈압 '140/90㎜Hg 이상'서

'130/80㎜Hg 이상'으로 기준 낮춰

한국도 이르면 내년 초 적용 전망

시장 규모 2조대로 두배 급증 예상

치료제 시장 주도권 경쟁 치열할 듯

2315A17 고혈압 기준 변경에 따른 환자 비중




미국 의료계가 고혈압 기준을 전격 강화하면서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새 기준을 국내에 반영하면 30대 이상의 절반이 고혈압 진단을 받는 등 당장 국내에서만 고혈압 환자 650만명이 늘어난다. 덩달아 시장 규모도 예년보다 두 배 이상 커진 2조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국내외 제약사의 주도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는 고혈압 환자로 진단하는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기준을 기존 ‘140/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대폭 강화했다. 표면적으로는 각각 10㎜Hg씩 낮춘 것이지만 새 기준을 적용하면 고혈압 위험군이 고혈압 환자로 전환돼 미국 내 성인 고혈압 환자가 31.9%에서 45.6%로 늘어난다.

고혈압 환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지난 수십년 동안 140/90㎜Hg가 불문율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고혈압이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자 미국 국립보건보건원(NIH)은 지난 2015년부터 1,000여건에 이르는 임상연구를 진행한 뒤 기준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조기에 고혈압 환자로 진단해 관리할수록 대표적인 현대인병인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한편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보건지표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미국이 고혈압 기준을 강화하면서 한국도 이르면 내년 초에 새 기준을 적용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새 기준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당장 30대 이상 성인의 절반가량이 고혈압 환자에 포함된다. 기존 1,000만명 수준이었던 국내 고혈압 환자도 1,650만명으로 늘어난다.


고혈압 환자를 판정하는 기준이 바뀌면서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제약사의 주도권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1조2,500억원 규모였지만 내년에 새 기준이 적용되면 환자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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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 크게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과 CCB(칼슘 채널 차단제) 계열로 나뉜다. 최근까지만 해도 ARB와 CCB를 묶은 2제 복합제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 들어서는 이뇨제를 추가한 3제 복합제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 치료제 외에 별도로 이뇨제를 복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환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3제 고혈압 치료제는 앞서 지난 2013년 일본 제약사 다이이치산쿄가 ‘세비카HCT’로 열어젖혔다. 출시 첫해 44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249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 상반기에도 141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해 연매출 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9월에는 한미약품이 ‘아모잘탄 플러스’를 내놓고 추격에 나섰다. 아모잘탄 플러스는 앞서 2009년 출시한 2제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에 이뇨제 성분을 추가한 국내 최초 3제 고혈압 치료제다. 지난달에는 일동제약도 3제 고혈압 치료제인 ‘투탑스 플러스’를 출시하고 경쟁구도에 가세했다. 유한양행과 보령제약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고혈압 치료제 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에 국내외 제약사가 주목하는 것인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인 탓에 환자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식습관 불량과 운동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 고혈압의 특성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번 환자를 확보하면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고혈압은 대표적인 현대인병이자 선진국병이어서 꾸준히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기존 2제 치료제에서 3제 치료제로 환자의 수요가 급속히 이동하면서 일찌감치 신약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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