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빵을 좋아하세요? 아니면 담백한 빵을 좋아하세요?” 서울의 한 빵 가게 점원이 외국인 고객에게 물었다. 그러자 점원 앞에 배치된 태블릿PC에서 유창한 영어 발음이 흘러나온다. “Do you like sweet bread or bread with a clean taste?”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반 번역 애플리케이션(앱) ‘파파고’가 적용된 파리바게뜨 명동점의 풍경이다.
네이버는 SPC그룹의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 파리바게뜨와 업무협약을 맺고 파파고가 설치된 태블릿PC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태블릿PC를 통해 파파고가 지원하는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를 비롯해 총 10개국 언어다. 점원이나 고객의 대화를 인식해 그 자리에서 번역해 읽어주고 화면으로 문장을 표시해주기도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베이커리 매장 안에서 쓰이는 다양한 기본 회화도 태블릿PC 앱 내부에 탑재했기 때문에 점원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명동점에 파파고를 시범 적용한 SPC그룹 파리바게뜨를 포함해 GS리테일(GS25 편의점), 대명리조트, KEB하나은행 등 12곳과 번역 서비스 제휴를 맺은 상태다. 파파고와 제휴를 맺은 기업은 인력 배치 없이도 기본적인 통번역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고 네이버로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대화 데이터를 수집해 기능을 향상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파파고는 글로벌 통번역 서비스 최강자인 구글을 겨냥해 지난 7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했다. 당시 번역 제한 글자수를 200자에서 5,000자로 늘리고 공식 앱도 내놓았다.
파파고를 세계적인 통번역 플랫폼으로 육성하려는 네이버가 사활을 거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AI 기술이 적용된 이어폰 ‘마스’다. 국내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마스는 무선 이어폰으로 파파고 통번역 기능이 내장돼 있다. 언어가 다른 상대방과 대화할 때 원하는 언어로 즉시 통역해 들려주는 것. 마스는 이미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의 헤드폰 분야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네이버가 이처럼 통번역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파파고의 지원 언어가 대만에서 사용하는 중국어 번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프랑스어 등을 포함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이어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