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루트’ 히말라야 로체 남벽이 이번에도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홍성택(51) 대장이 이끄는 ‘2017 로체 남벽 원정대’는 지난 20일 정상 공격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21일 시속 120㎞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자 철수를 결정, 하산을 완료했다고 24일 e메일로 알려왔다.
9월 초 출국한 홍성택 원정대(★본지 8월30일자 34면 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11월2일까지 시도한 1차 정상 공격에서 예상치 못한 폭설과 강풍 탓에 중단한 뒤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이 다가오는 히말라야 로체 정상에 평균 시속 100㎞ 이상의 강풍이 생성됐다.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던 홍 대장은 평균 시속 45㎞ 정도로 낮아질 조짐이 포착된 20일을 도전 날짜로 정하고 나흘 전인 16일 베이스캠프를 출발했다. 마지막 정상 공격에 필요한 물자를 배낭에 담아 지고 피켈과 고정로프로 시속 60㎞가 넘는 강풍을 견디며 등반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속 120㎞ 이상의 강한 제트기류가 약해지지 않았다.
안전한 등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홍 대장은 철수를 결정했고 강풍에 쓰러진 텐트에서 밤을 지낸 뒤 21일 전원 사고 없이 베이스캠프에 도달했다. 등정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정상까지 200여m 남겨 놓은 곳에 그대로 둔 채 발길을 돌린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이번 원정은 비교적 빠른 등반 속도에 현지와 여러 유럽 국가 등 세계 산악계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었다. 비록 정상 목전에서 내려와야 했지만 강풍과 영하 50도의 히말라야 늦가을에 해발 8,000m 이상에서 과욕을 부리지 않고 안전을 택한 것에 대해 홍 대장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로체 남벽은 지금까지 아무도 등정에 성공한 적 없이 희생을 요구해 등반계에서는 ‘마의 루트’로 불린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로 로체 남벽 등반에 도전한 홍 대장은 이번 등정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내년 4월께 다시 한 번 네팔로 향해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