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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200m 앞에서 시속 120km 강풍…'魔의 루트'는 인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홍성택 2017 로체 남벽 원정대

"안전한 등정 불가능" 발길 돌려

하산 결정에 "용기 있는 결단"

홍성택 대장이 가파른 히말라야 로체 남벽을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2017 로체 남벽 원정대홍성택 대장이 가파른 히말라야 로체 남벽을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2017 로체 남벽 원정대




‘마의 루트’ 히말라야 로체 남벽이 이번에도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홍성택(51) 대장이 이끄는 ‘2017 로체 남벽 원정대’는 지난 20일 정상 공격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21일 시속 120㎞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자 철수를 결정, 하산을 완료했다고 24일 e메일로 알려왔다.

9월 초 출국한 홍성택 원정대(★본지 8월30일자 34면 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11월2일까지 시도한 1차 정상 공격에서 예상치 못한 폭설과 강풍 탓에 중단한 뒤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이 다가오는 히말라야 로체 정상에 평균 시속 100㎞ 이상의 강풍이 생성됐다.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던 홍 대장은 평균 시속 45㎞ 정도로 낮아질 조짐이 포착된 20일을 도전 날짜로 정하고 나흘 전인 16일 베이스캠프를 출발했다. 마지막 정상 공격에 필요한 물자를 배낭에 담아 지고 피켈과 고정로프로 시속 60㎞가 넘는 강풍을 견디며 등반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속 120㎞ 이상의 강한 제트기류가 약해지지 않았다.


안전한 등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홍 대장은 철수를 결정했고 강풍에 쓰러진 텐트에서 밤을 지낸 뒤 21일 전원 사고 없이 베이스캠프에 도달했다. 등정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정상까지 200여m 남겨 놓은 곳에 그대로 둔 채 발길을 돌린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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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원정은 비교적 빠른 등반 속도에 현지와 여러 유럽 국가 등 세계 산악계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었다. 비록 정상 목전에서 내려와야 했지만 강풍과 영하 50도의 히말라야 늦가을에 해발 8,000m 이상에서 과욕을 부리지 않고 안전을 택한 것에 대해 홍 대장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로체 남벽은 지금까지 아무도 등정에 성공한 적 없이 희생을 요구해 등반계에서는 ‘마의 루트’로 불린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로 로체 남벽 등반에 도전한 홍 대장은 이번 등정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내년 4월께 다시 한 번 네팔로 향해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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