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전략은 새로운 미중 관계의 진전 방향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중 간 전방위적 갈등과 충돌이 강화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최초의 아시아태평양 순방길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한국 방문시 공동언론발표문에서는 “공동 가치에 기반을 둔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 베트남 다낭에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을 주제로 연설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태 재균형 전략을 대체하기 위한 전략으로 점차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직 내용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하면서 직접적인 대응은 주저하고 있지만 아연 긴장하는 모양새다. 중국을 겨냥할 개연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미 지난 2013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밝힌 후 점차 장기적인 전략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올 10월 열린 제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으로 명명된 자신의 전략 구상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후퇴한 시장주의와 권위주의 체제의 강화로 폄훼하지만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서구식만이 아닌 중국의 사회주의 방식과 결합한 새로운 대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오는 2050년까지 중국은 지역 수준의 강대국에서 점차 세계적 수준의 강대국으로 변모하고 더 나아가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 지위를 추구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대일로 전략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실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 전략은 향후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미중 경쟁은 장기간 수행되면서 공간적으로 아태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인도양과 아프리카 지역까지 미칠 것임을 말해준다. 둘째, 탈냉전 후 대외정책의 기준으로 그 상대적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었던 ‘이념’이나 ‘가치’의 문제가 새로 부각될 수 있다. 셋째, 미국은 안보적 협력에, 중국은 경제적 협력에 상대적인 가중치가 주어져 있다. 다행히도 아직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단기적으로 중국은 미국과 경쟁보다는 협력에 더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 전략 경쟁의 향배를 지금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현재 경제 협력 중심의 일본식 버전과 안보적 함의가 강한 미국식 버전이 다르고 미국은 이를 보다 구체화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트럼프의 상대적인 무관심, 적극적인 국방부와 소극적인 국무부 사이의 입장 차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양립이 가능한지, 안보 협력으로 구체화할 때 인도와 호주가 순응할지도 변수다. 일대일로 전략 역시 중국의 국력에 비해 지나치게 야심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이 아닌지 의문이 있고 지속 가능한 투자 환경이 이뤄질지와 경제력·투자 확대를 통해 안보적 영향력으로 전환하려고 할 때 주변 국가들의 위기의식과 견제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안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정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이 두 전략이 충돌한다면 미중의 가장 첨예한 영향력 경쟁의 공간이 될 것이다. 한국에는 선택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현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은 이전 정부와 달리 대외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자만하지 말고 신중해야 하며 보수와 진보를 넘어 널리 의견을 묻고 지혜를 구해야 한다. 그 방향은 두 전략의 충돌을 가속화하기보다 협력 공간을 확대하는 데 지혜를 모으는 것이어야 한다. 경제는 서로 연결하고 안보는 미중과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공동안보’나 ‘협력안보’ 등의 개념을 보다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중견국 외교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