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미얀마포스코 공장 가보니] 미얀마 기후에 맞춘 고품질 강판으로 승부...日 텃세도 뚫었다

20년간 현지인 수요 분석

함석지붕 매출 상승 행진

슈퍼스타 브랜드 TV광고도

동남아 개척 성공사례로

271513 포스코그룹 미얀마 사업 개요




미얀마 양곤시에 위치한 미얀마포스코 공장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작업자들이 함석 생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양곤=김우보기자미얀마 양곤시에 위치한 미얀마포스코 공장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작업자들이 함석 생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양곤=김우보기자



“미얀마 사람들에게 쌀 다음으로 중요한 게 지붕입니다. 일 년 중 절반 넘게 비가 내리다 보니 방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비를 막아주는 함석지붕을 내놓은 이유입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시에 자리한 포스코의 현지 법인 미얀마포스코 공장. 양곤 시내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핀마빈 산업공단에 위치한 이곳은 포스코 베트남에서 수입한 원재료를 가공해 미얀마 업체에 공급하는 전략거점이다.

미얀마의 제조업은 걸음마 단계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아 포스코가 첫발을 내디딜 당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현지인들의 수요를 꿰뚫고 그에 맞는 상품을 내놓은 미얀마포스코는 현재 동남아 시장 개척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니 베트남에서 들여온 소재를 가성소다에 담그는 세척 작업이 한창이었다. 불순물이 제거된 소재 위로 아연과 수지를 얇게 입혔다. 비를 맞더라도 제품이 쉽게 부식되지 않게끔 하는 작업이다. 코팅된 제품은 1m 단위로 절단된다. 긴 가래떡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듯 반제품을 작업에 적합한 크기로 자른다. 직사각형 모양의 반제품에 프레스로 압력을 가하면 V자로 홈이 파인 두께 0.18㎜의 초극박 함석(아연도금강판)이 생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함석은 하루에 53톤. 대부분 미얀마 주택의 지붕 소재로 쓰인다. 이세민 미얀마포스코 생산부장은 “우기가 끝나는 11월부터 4월까지 본격적으로 주문이 밀려드는 시기라 공장을 24시간 쉼 없이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포스코가 현지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던 배경에는 철저한 시장 분석이 있었다. 1997년 미얀마 군인복지법인(MEHL)과의 합작을 통해 연산 2만톤 규모의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세운 포스코는 일 년 중 절반가량이 우기인 기후조건과 낮은 소득 수준을 고려해 저렴하면서도 내구성이 높은 함석 지붕재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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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앞서 미얀마에 진출한 일본업체 4곳이 함석지붕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다. 2004년에는 이웃 나라 태국에서 저가 밀수품이 대량 유입됐다. 이듬해 미얀마 정부가 두께 0.25㎜ 이하의 강판은 생산할 수 없다는 규제까지 내놓으면서 미얀마포스코는 뿌리까지 흔들렸다. 정부의 즉흥적인 결정에 결국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공장 직원의 80%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미얀마 정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포스코의 진심이었다. 무리한 규제는 결국 자국민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미얀마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포스코는 합작사인 MEHL을 통해 “포스코 입장에서 미얀마포스코는 없어도 되는 작은 공장이다. 하지만 태국산 밀수품이 판을 치게 하면서 수많은 미얀마 국민들을 실업자로 만들어서야 하겠느냐”고 호소했다. 미얀마 정부는 결국 규제를 풀었고 해고 직원들을 복직시킨 미얀마포스코는 2007년 3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공장을 재가동한 미얀마포스코는 시장경쟁력 확보에 집중했다. 회색이 아닌 은백색 함석지붕을 만들며 제품 고급화도 서둘렀다. ‘슈퍼스타’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미얀마 최초로 지붕재 TV 광고에 나서며 고급 제품 이미지를 굳혀나갔다. 포스코 관계자는 “다소 비싼 값을 내고서라도 고품질 제품을 찾는 수요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대성공. 미얀마포스코는 2008년 아연도금강판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앞서 진출한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그 이후 매출은 2008년 1,424만달러에서 2010년 2,087만달러로 늘어났고 이듬해 2,773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게 된다.

미얀마포스코의 성공적인 시장 개척 경험은 다른 포스코 계열사들에 좋은 사례가 됐다. 컬러강판 전문 생산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은 2013년 MEHL과 다시 한번 합작해 연산 5만톤 규모의 미얀마포스코강판을 설립했다. 미얀마포스코강판은 미얀마포스코가 쌓아둔 고급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가동 2년여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미얀마포스코와 미얀마포스코강판의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40만달러, 410만달러에 달한다.

고금만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데다 산업인프라가 열악한 곳이 미얀마”라면서도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미얀마포스코 사례는 미얀마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다른 기업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곤=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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