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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정영주 “22년지기 라미란…최고의 파트너”

“뭐지? 이 애뛰뜌드는?” 연기경력 25년차 배우 정영주에게 데뷔 이래 처음으로 생긴 유행어였다. 한껏 올린 머리와 화려한 메이크업, 거만하고 과장된 말투까지. ‘갑질여사’ 주길연을 연기한 정영주는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의 둘째라면 서러울 ‘최고의 신스틸러’였다.

“‘부암동 복수자들’이 끝나서 아쉽기는 한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받아주시고 놀 수 있도록 해준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주길연’이라고 쓰고 ‘주길년’이라고 읽혔던 ‘갑질 엄마 주길연’ 얄미울 정도로 실감나게 연기했던 정영주는 극 초반 재미와 긴장감을 동시에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극중에서 얼마나 밉상이었는지 밥집에서 이모님들로부터 등짝과 함께 반찬을 얻어먹을 정도였다.

“얼마 전에 버스를 탔는데, 별 생각 없이 옆을 봤더니 여중생들이 ‘부암동 복수자들’ 영상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하는 거예요. 딱 제가 나온 장면이었죠. 기분이 묘했죠. 무대에서 25년 간 연기를 펼쳐왔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어요. 그동안 우리 동네에서만 유명하고 그랬는데, 방송에 나오고 나니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고, 연락이 오는 곳도 많아졌어요. 실제로 ‘부암동 복수자들’ 방송 후 스마트폰 메신저로 엄청나게 인사를 받았는데, 그때 방송의 힘을 느꼈죠.(웃음)”

심지어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도 연락이 왔다고 말한 정영주는 “제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그러더라”고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

“새벽 5시경에 친구로부터 ‘너 이제 드디어 뜬거냐’는 문자가 왔어요. 요즘 워낙 다시보기 서비스가 잘 돼 있다 보니 제가 나온 ‘부암동 복수자들’을 바로 본 거예요. 방송 보고 친구인 내가 나오니 자기 딴에는 신기했던 거죠. 시차 생각 안 하고 바로 연락을 주더라고요. ‘내년 초에 서울 가는데 우리 애들에게 사인 좀 해줘라’라고 말해주는데 고마웠어요. ‘부암동 복수자들’ 이후 기분 좋은 반응이 이어져서 행복했죠.”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정영주가 연기한 주길연은 아들과 돈밖에 모르는 안하무인 갑질 학부모로, 독특한 이름만큼 사치스럽고 교양 없지만, 어딘가 허술한 악녀였다. 홍도희(라미란 분)의 복수대상이었던 주길연은 홍도희를 볼 때마다 ‘비린내’라고 무시하고 조롱하면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었다.

“사실 저는 갑질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던 을이라서, 갑질 연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경험은 무시 못 하겠다’ 싶었던 것이, 그냥 제가 본 대로 받은 대로 따라 하면 되더라고요. 홍도처럼 무릎을 꿇어본 경우가 많았거든요. 생각보다 세상에 주길연 같은 캐릭터가 은근히 흔해요.”

다양한 갑을 만나왔기에 도리어 연기하기가 쉬웠다고 말한 정영주는 “복수를 당하는 입장인데, 솔직히 인간 정영주로서 통쾌했다”고 고백했다.


“복자클럽의 복수가 엄밀히 말하면 대단한 복수가 아니고 그저 소소해요. 그런데 그 만큼의 복수조차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복자클럽에 공감하고 사이다를 느끼셨던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세상에 많은 갑들이 우리 드라마를 보고 자극을 받아서 반성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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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까닭에 정영주가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가장 통쾌하고 재미있었던 장면으로 ‘생선비린내’라면서 무시했던 홍도희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사과를 하는 장면이었다. 홍도희에게 꼬리가 잡힌 주길연은 그의 반격에 다리를 붙잡으며 한 번 만 봐달라고 애원을 하고, 홍도희는 그런 주길연을 향해 “뭐지 애뛰뜌드는?”이라고 받아치면서 웃음을 자아냈던 바 있다.

“그때 감정이 이입이 돼서 연기를 했어요. 갑질 하던 주길연이 당하는데 어쩜 그렇게 신나던지. 홍도가 내 대사를 쳤을 때 거기서 오는 통쾌함이 있었죠. 하하.”

사진=‘부암동 복수자들’ 캡처사진=‘부암동 복수자들’ 캡처


주길연이 홍도희에게 당하는 장면은 상황과 더불어, 라미란과 정영주 두 배우가 주고받는 ‘쫀득쫀득한’ 연기 호흡까지 더해지면서 재미를 더했다. 극중 최고의 상극이자 파트너였던 라미란과 정영주는 실제로도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냈던 22년 지기 친구였다.

“미란이와 함께 연기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현장에서 만나서 어떤 연기를 해도 미란이가 다 받아줘서, 정말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주변 배우들은 ‘둘이 친한 거 티 났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부암동 복수자들’로 라미란과 함께 연기하는 걸 미리 알았느냐는 질문에 “리딩 때 만났는데, 서로 놀라면서도 무척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1994년도에 뮤지컬로 데뷔를 했는데 그때 미란이와 만났어요. 저와 3작품인가 같이 한 뒤, 미란이는 영화로 빠지고 저는 계속 무대에 남았죠. 워낙 잘 하고 또 열심히 하는 친구이다 보니 ‘잘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과 함께 마냥 대견했죠. 그러다가 최근 우연히 족발집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 같이 작품해야지’ 했는데, 실제로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다시 만난 거예요. 마냥 좋았죠. 첫 리딩하는 날 미란에게 ‘많이 좀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왜 그래 선수끼리, 잘 하자’고 하더라고요.(웃음) 내가 무엇을 하든 잘 받아주고, 아이디어와 소스를 제공해줘서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 사진=지수진기자/ 사진=지수진기자


정영주가 라미란 다음으로 많은 호흡을 맞췄던 배우는 극중 아들로 만났던 신동우였다. 신동우가 연기한 황정욱은 홍도희의 아들 김희수(최규진 분)를 괴롭히는 가해자였다.

“동우가 베테랑이다. 제가 진짜 아들이 있어서 그런지 동우와 연기를 할 때마다 ‘아들, 아들’ 이렇게 불렀거든요. 그러면 동우가 ‘네 엄마’ 하면서 살갑게 대해줬죠. 사실 생각보다 만나는 신이 많지는 않았지만, 도희네 식구들에게 사과하는 장면 할 때 진짜 아들같이 잘 했어요. 동우가 ‘보니 하니’에서 아이들의 대통령이었잖아요. 잘 했고, 앞으로 더 잘 될 배우라고 생각해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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