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윤종신’ 가창자, 영화 ‘아가씨’ OST 참여, 웹드라마 출연,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모델 등 데뷔 전부터 다방면에서 활약한 민서의 출발점은 사실 2015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7(이하 슈스케)’ 방송부터다.
“저에게 ‘슈스케’는 좋은 추억이에요. 할 때는 힘들었지만 그게 아니었으면 사람들한테 저를 알리지도 못했을 거고, 미스틱이라는 회사도 못 들어왔을 거예요. 그리고 ‘좋아’도 부를 수 없었겠죠. 제 행보에 ‘슈스케’가 있는 것이 저는 너무 좋아요”
그 가운데서도 애절한 감성을 가진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와 함께 뚜렷한 민서의 이목구비는 방송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다. 노래 실력부터 큰 키, 예쁜 얼굴까지 걸그룹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셈이었다. 실제로 그에게 쏟아진 걸그룹 제의 역시 많았다고.
“‘슈스케’ 끝나고 몇몇 회사에서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미스틱 말고는 다 아이돌을 원하시더라고요. ‘프로듀스 101’을 나갈 기회가 생기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아이돌 음악은 거리가 있어요. 사실 아이돌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거든요. 여러 가지를 다 잘 할 줄 알아야하고, 팀으로서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들도 많고요. 저는 그걸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컸어요”
민서의 선택이 달랐다면, 어쩌면 그가 추는 ‘픽 미(PICK ME)’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방향성에 있어서는 굉장히 뚜렷한 주관을 가진 민서였다. 최근 ‘더유닛’과 ‘믹스나인’이 방송되고 있는 가운데, 민서에게 다시 한 번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냐고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단호했다.
“경쟁을 하는 것도 힘들고,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정이 드는데 떠나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가 있다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방송의 재미를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고요”
물론 프로 가수로 나서는 순간부터 경쟁과 아예 무관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민서는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이 미스틱이라 판단하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가수라는 불확실한 꿈을 놓고 포기하는 것이 맞는 건지,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는 차선을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던 혼란 역시 지금의 울타리를 만난 이후 말끔히 사라졌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 내가 가수 데뷔를 못하는 게 아닐까, 음악을 더 이상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함이 없어졌어요. 시기가 언제가 될지라도, 이 회사에서 노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민서의 믿음은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적중했다. 생각보다 더 빠른 시기와 더 많은 기회가 민서에게 주어졌다. 다양한 음악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민서는 무엇보다 오랫동안 노래하며 살 수 있는 삶을 1순위의 목표로 꼽았다. 좋아하는 가수 이름에 정미조, 양희은 등 선배가수를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출발했다.
“선배님들께서 아직까지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고 활동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저도 6, 70대까지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해보이고요. 정미조 선배님께서는 작년에 37년 만에 앨범을 내셨는데, 노래 첫 마디를 듣자마자 바로 울컥했어요. 목소리 안에 인생이 담긴 느낌이어서 그 목소리를 듣는 자체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나중에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이와 함께 민서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도 언급했다. 마치 지금 당장 컬래버레이션을 앞두고 있는 것 마냥 가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론할 때마다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힘주어 말한 사람은 단연 안테나 뮤직 소속의 정승환이었다.
“정승환씨와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노래를 굉장히 잘하시는데, 깔끔하게 다듬어진 목소리라기보다는 날 것 같은 느낌이 주는 매력이 있어요. 그 안에 따뜻하고 담담하면서도 슬픈 감성도 느껴지고요. 정승환씨 첫 앨범 나왔을 때도 전 곡 다 열심히 들었어요”
이제 얼마 후면 지금 민서가 품고 있는 많은 바람들 가운데, 몇 개쯤은 현실이 될 예정이다. 어엿한 정식 앨범을 낸 가수 민서로서 첫 발을 내딛기 때문이다. 두려움도 부담도 상당하지만 민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기억될 그 날을 상상했다.
“민서라는 가수보다 민서의 목소리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노래인지는 모른다 하더라도, 노래를 들으면서 ‘이거 민서 목소리다’라고 사람들이 바로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큰 꿈이죠”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