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행 친화 도시로 가는 길 '공개공지'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보행’이 도시의 기본적인 가치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많은 도시들이 자동차를 위해 만들어졌던 도로를 이제 보행을 위한 길로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그 결과 역사 문화 자원이 풍부한 도심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어 도시가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공기가 맑아지고 보행 환경이 좋아져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이 높아지고 대중교통 이용 및 관광객 증가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건물들이 가득 차 있는 도심에 보행 공간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서는 대형 건물을 소유한 기업이 나섰다. 뉴욕 록펠러센터 광장은 사람의 접근을 막던 화단이 없어지면서 매년 1,000만명이 찾는 세계적 장소가 됐고 IBM 본사 로비는 시민들이 사랑하는 장소로 거듭났다. 도쿄의 미쓰비시 본사도 화단을 없애고 권위적인 분위기였던 1층 로비를 시민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바꿔 주변 거리가 되살아나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들이 한 일은 시민이 고객임을 깨닫고 이들을 위해 건물의 앞마당을 조금 가꾼 것인데 그 효과는 작지 않다. 기업과 건물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시민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장소가 만들어져 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을 이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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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도심은 길이 좁고 걷기 어렵다. 그동안 차도를 보도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서 건물의 앞마당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면 건물 규모(용적률) 확대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공개공지제도가 마련돼 있다. 서울 도심에 조성된 공개공지 면적은 8만여㎡다. 서울광장 15개, 청계천 광장 40개, 뉴욕의 록펠러센터 광장은 70개 이상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공개공지는 모든 시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도시의 소중한 자산이다. 건물 앞마당인 공개공지와 길을 연결하면 서울의 도심은 걸을 수 있고 활력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많은 건물의 앞마당은 길과 연결되지 않고 심지어는 주차장으로 쓰여 보행환경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도심은 걷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다. 도심을 되살리고 활성화하는 데 이곳에 있는 기업들이 참여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 수준을 자랑하지만 보안, 권위적인 환경 때문에 시민들이 그 앞을 지나기 어렵다. 기업의 건물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우선 기업의 건물과 앞마당을 사회공헌(CSR)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앞마당과 길을 연결하고 1층 공간을 개방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카페·상점·레스토랑과 문화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기업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도 시민이 사랑하는 건물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서울 도심은 가족들이 함께 걷기 좋은 매력적인 장소로 재탄생될 것이다. 걸을 수 있는 도시가 좋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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