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자오우키·김환기 작품값 거침없는 상승...亞미술이 요동친다

자오우키 작품 '29.01.64'

열띤 경합끝 289억에 낙찰

김환기 '모닝스타'는 39억

반추상 작품중 최고가 기록

한한령 완화로 컬렉터들 관심

이응노 '군상' 등 韓미술 약진

지난 26일(현지시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약 289억원에 낙찰된 자오우키의 ‘29.01.64’ /사진제공=크리스티 코리아 CHRISTIE‘S IMAGES LTD. [2017]지난 26일(현지시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약 289억원에 낙찰된 자오우키의 ‘29.01.64’ /사진제공=크리스티 코리아 CHRISTIE‘S IMAGES LTD. [2017]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의 올해 마지막 ‘아시아 20세기&동시대미술’의 이브닝세일에 중국 근대미술의 거장 자오우키(趙無極·1921~2013)의 1964년작 ‘29.01.64’가 경매에 올랐다. 시작가 8,500만 홍콩달러(약 119억원)를 단숨에 뚫으며 펼쳐진 경합이 무려 18분이나 이어졌다. 최종 낙찰가는 2억260만 홍콩달러(수수료 포함), 약 289억원이었다. 지난 5월 세운 작가의 기존 세계 경매기록 약 219억원을 경신한 결과다.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가 말년에 완전 추상화로 ‘전면 점화(點畵)’를 선보이기 직전에 이룬 반(半) 추상화인 1964년작 ‘모닝스타’가 경매에 올랐다. 현장에 있던 컬렉터들과 전화 응찰자 등이 치열하게 접전을 펼쳤고 아시아계 컬렉터가 외친 2,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약 39억원의 이 가격은 완전히 추상으로 넘어간 ‘점화’를 제외한 김환기의 반추상 그림 중에는 최고 낙찰가 기록이다.


아시아의 근현대 미술을 주인공으로 한 홍콩의 경매주간(auction week)이 지난 26일(현지시간)을 막을 내리며 다양한 기록 경신과 함께 ‘안전자산’을 찾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경향을 반영했다.

홍콩경매에서 약 39억원에 팔린 김환기의 1964년작 ‘모닝스타’. /사진제공=서울옥션홍콩경매에서 약 39억원에 팔린 김환기의 1964년작 ‘모닝스타’. /사진제공=서울옥션


◇안전자산 모색=중국에서 태어났으나 이후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대표적 근대화가로 자리잡은 자오우키 작품의 상승세가 대표적이다. 그간 ’정치팝’ ‘차이니즈 아방가르드’ 등을 표방하던 중국 현대미술값의 고공행진이 거품처럼 잦아들면서 미술사적으로 검증돼 안정적인 근대화가, 범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한 추상경향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미술의 블루칩이자 2015년 10월 이후 연거푸 5번이나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자체 경신하며 올해 4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63억5,000만원에 낙찰돼 최고 낙찰가 기록을 세운 김환기의 ‘모닝스타’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자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점화’로 이룬 김환기 전성시대에 이어 ‘환기 반추상’의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했다. 일본에서 유학했고 ‘신사실파’로 활동한 김환기는 해방 이후 1963년까지 달·백자·매화·학 등의 소재를 통해 한국적 전통미의 접목을 추구했고, 이후 뉴욕으로 떠난 1964년부터 세상을 떠나기까지 10년은 추상을 통한 자연과의 합일을 시도했다. 김환기의 ‘반추상’ 작품 중 기존 최고가는 2007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0억5,000만원에 팔린 1957년작 ‘꽃과 항아리(정물)’이었다. 지난 2015년 5월 홍콩 크리스티에 출품된 김환기의 ‘푸른 산’이 추정가 5배 수준인 약 20억원(1,384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이 작품은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경매에서 1,972억원에 구입해 더욱 유명해진 중국의 거물 컬렉터 류이첸·왕웨이 부부가 낙찰받아 상하이 롱미술관 전시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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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요시토모 나라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현대미술은 홍콩 경매는 물론 뉴욕·런던 세일에서도 단골출품돼 고가 낙찰되고 있어 한국이나 중국보다 앞선 공인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시작가의 2배인 약 2억원(14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깬 임옥상의 1983년작 ‘귀로Ⅱ’. /사진제공=서울옥션시작가의 2배인 약 2억원(14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깬 임옥상의 1983년작 ‘귀로Ⅱ’. /사진제공=서울옥션


약 2억7,000만원(19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운 이응노의 ‘군상’ /사진제공=서울옥션약 2억7,000만원(19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운 이응노의 ‘군상’ /사진제공=서울옥션


◇한한령 끝나나…한국미술 약진=한국화로 시작해 서예적 필치를 추상화로 승화한 고암 이응노의 ‘군상’이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시작가 2배 수준인 약 2억7,000만원(19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귀화한 이응노는 최근 프랑스 퐁피두센터 등 유럽 미술관 전시가 이어지며 한국미술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같은 경매에 나온 임옥상의 1983년작 종이부조 작품 ‘귀로Ⅱ’는 시작가의 2배인 약 2억원(14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임옥상은 최근 그의 최근작 ‘광장에, 서’가 청와대 본관에 걸려 화제를 모았다. 1980년대 한국의 사회상을 투영한 ‘민중미술’의 대표작가인 임옥상의 약진으로 해당 화풍에 대한 재조명이 기대된다.

서예적 필치가 느껴지는 붓질로 한국적 기상과 현대적 세련미를 넘나드는 오수환의 ‘곡신’ 시리즈는 서울옥션 경매에 2점, 필립스 경매에 1점이 출품돼 1억원 이상에 모두 낙찰돼 ‘단색화’ 이후 한국 추상미술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크리스티의 경우 한국 현대미술작품 13점을 특별 큐레이팅 전시 형식으로 선보여 100% 낙찰을 기록했다.

이번 홍콩경매를 통해 서울옥션은 낙찰률 78%, 약 203억원의 낙찰 총액을 거둬들였다. 지난 5월 경매의 140억원에서 45% 상승한 수치다. 서울옥션은 사드배치로 인한 한한령 이후 한중 관계 경색과 한반도 위기국면으로 인한 컬렉터들의 한국미술품 구입 불안 등으로 타격을 입기도 했으나 최근 회복국면을 보이고 있다. 홍콩 크리스티는 이틀간 진행된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로 전년 대비 107억원 상승한 약 1,184억원 어치를 거래 성사시켰고 지난달 처음으로 국내 프리뷰를 진행해 내년 한국사무소를 열 예정인 필립스는 약 167억원 어치를 팔았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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