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매년 인력 약 20%가 부족한 상태가 고착화되고 고령 운전자 비중도 급격히 올라가면서 사고 위험도 높아졌다.
17일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마을버스 기사 부족 인원은 600명으로 부족 비율이 17.1%에 이른다. 등록 차량 1599대에 1대당 2.2명을 곱해 산출한 적정 인원수(3517.8명)에서 실제 인원(2918명)을 뺀 숫자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부족 비율이 두 자릿수대로 급증했다. 2020년 6.8%(237명)에 그쳤던 숫자는 2021년 14.9%(522명), 2022년 21.2%(741명), 2023년 22.0%(773명)으로 뛰었다. 비대면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운수업 종사자들이 급여가 높은 배달업으로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서울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월평균 급여는 올해(조합과 노동조합 간 임금협정서 기준) 316만 8650원이다. 서울 시내버스 4호봉 평균 월급이 502만 원, 근속연수 8.43년 기준으로는 523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급여는 60%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해 상반기 고용노동부에 운수업도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재외 동포 등은 취업이 가능하고 내국인 일자리 빼앗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가사관리사 사업을 계기로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2022년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하면서 시작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올해 9월부터 서울에서 필리핀 인력 1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시는 요양업과 운수업도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파악했다.
전국 마을버스 운전기사 중 60세 이상이 62%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올해 9월 기준 서울 마을버스 운전기사 중 60대가 1322명으로 최다이고 50대(565명), 70대(536명) 순으로 많다. 80세 이상도 12명에 달한다. 최근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고령자 없이 마을버스가 굴러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동포나 영주권자만으로도 역부족이다. 서울 마을버스 외국인 운수종사자는 전체의 2%에도 못 미치는 50명에 불과하다. 재외동포(F-4) 22명, 영주권(F-5) 20명, 방문취업(H-2) 4명, 결혼이민(F-6) 3명, 거주(F-2) 1명 등이다.
정부의 협조가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확대의 관건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버스는 대형 면허를 취득하는 전문 업종으로 취급되는데 버스 운전기사에게 비전문 업종 비자를 발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지 국제면허 보유자에게 교통연수원 교육을 실시하거나 국내 대형 면허 취득을 비자 발급 조건으로 내걸면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여론도 예상된다. 서울에 거주 중인 신 모 씨는 “외국인 기사와 말이 통하지 않으면 불안한 감정이 생길 것 같다”며 “국내외 교통 상황이 달라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