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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소녀’ 종영] 최선 다한 해피엔딩…편성 변경만 아니었다면

‘20세기 소년소녀’가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비록 편성 문제로 인해 순탄치 않은 길을 걷게 됐지만 작품의 완성도도 배우들의 연기력도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지난 28일 MBC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극본 이선혜, 연출 이동윤) 31회와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27일부터 방송된 ‘투깝스’ 편성으로 인해 한 시간여 앞당긴 오후 8시 50분에 전파를 탔다.




/사진=MBC/사진=MBC


앞서 공지원(김지석 분)에게 “우리 결혼하자. 너와 결혼하고 싶어”라는 말로 프러포즈를 받은 사진진(한예슬 분)은 “너랑 결혼할 거야. 근데 그게 지금일지 언제일진 모르겠어”라며 당장은 아니라는 대답을 내놨다. 이에 공지원은 기다릴 테니 천천히 생각해보라고 대답했다.

이 때 두 사람의 열애설이 보도됐다. ‘사진진 비밀데이트 포착, 상대는 안소니 동생’이라는 기사가 뜬 것. 사진진과 공지원이 몰래 데이트를 하던 순간이었다. 곧바로 사진진의 소속사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고 가족들도 집에 찾아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사진진 아버지 사창완(김창완 분)에 의해 공지원이 쫓겨나고, 심란해하는 사진진을 위해 한아름(류현경 분), 장영심(이상희 분)이 찾아왔다. 이들은 사진진을 위로해주는 한편 각자의 고민도 나눴다. 한아름은 정우성(안세하 분)과의 이별에, 장영심은 엄마의 이혼에 힘들어하면서도 “험난하지만 너희들이 있으니까 괜찮다”며 서로를 다독였다.

언니 사호성(김정화 분)을 찾아가 틱틱 대면서도 나름의 위로를 받은 사진진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초반 회차에서 루머에 당당히 맞섰던 그는 열애 사실을 인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개 열애를 시작한 사진진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으로 변했다. 처음 열애설 보도가 났을 때는 안 좋은 반응도 있었지만 ‘사이다 인터뷰’ 이후로 분위기가 바뀐 것.

한아름과 정우성도 차이를 극복하고 재결합했다. 앞서 “나답지 않은 내가 너무 싫다”며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이별을 통보한 한아름은 정우성에 대한 마음을 꺾지 못하고 그를 찾아갔다. 정우성은 “누구 눈치도 안 보고 편하게끔 만들어주겠다”며 한아름을 받아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맞춰가며 달달한 연애를 다시 시작했다.

엄마의 이혼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던 장영심도 한 단계 성숙해졌다. 강경석(오상진 분)에게 “엄마 손 잠깐 놔주면 안 되겠냐”는 조언을 들은 그는 집을 나온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했다. 장영심의 엄마는 1억을 모은 후 이혼을 하겠다며 새 출발을 미뤘다.


안소니(이상우 분)는 촬영장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이상우의 아내인 배우 김소연이 김 감독으로 특별 출연해 깨알 재미를 더했다. 김 감독은 과거 안소니의 팬이자 현재 드라마 PD로, 한 장면을 이틀에 걸쳐 촬영할 만큼 까다로웠다. 그렇게 촬영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이후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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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뒤, 사진진과 공지원은 사진진의 스타일리스트 미달이(이유미 분)와 공지원의 회사 후배 김태현(장재호 분)의 결혼식에 동반 참석했다. 그리고는 여느 연인들처럼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했다. 홍대에서 떡볶이를 먹던 사진진은 공지원에게 결혼하자고 말했고, 공지원은 이에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모두가 행복한 훈훈한 마무리였다.

‘20세기 소년소녀’는 어린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자라온 35살, 35년 지기 세 여자들이 서툰 사랑과 진한 우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감성 로맨스 드라마. 메인 커플의 성숙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에 더해 주변 인물들의 관계까지 세심하게 풀어내며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다.

우선 한예슬과 김지석은 더할 나위 없는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한예슬은 톱스타 사진진 그 자체로 내내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다. 모태솔로이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김지석은 드라마 방영 전 탐내던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실현했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와 말투로 사진진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며 첫 로코 주연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류현경과 안세하, 이상희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조금 더 현실에 가까웠다. 류현경은 비혼주의였던 30대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습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냈다. 이상희는 다른 이의 행복을 응원하는 변호사이면서도 엄마의 일에는 마냥 객관적이지 못한 모습을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고뇌를 통해 공감되게 풀었다.

‘20세기 소년소녀’는 시작부터 녹록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당초 ‘왕은 사랑한다’ 후속으로 계획됐던 ‘20세기 소년소녀’는 MBC 총파업으로 첫 방송이 2주나 미뤄졌다. 10월 9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으나 10월 10일 축구 중계로 인한 결방 때문에 첫 방송일에 무려 4회를 연속 방송해야 했다.

악재는 종영까지 이어졌다. 후속 ‘투깝스’가 경쟁작인 SBS ‘의문의 일승’과 맞붙기 위해서는 27일에 첫 방송이 돼야 했다. ‘20세기 소년소녀’는 결국 마지막 주에 오후 8시 50분 방송으로 밀려났다. 초반 화제성을 잡지 못한 ‘20세기 소년소녀’에게는 유종의 미를 바라는 것도 사치로 여겨졌다.

‘20세기 소년소녀’는 방송 내내 2~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저 시청률 1.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낮은 시청률의 이유를 작품성과 연기력에 돌리기에는 작가도 연출도 배우도 최선을 다했다. 결국 편성 및 홍보의 미흡함이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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