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청원 없는 반덤핑 조사…美, 무역전쟁엔 정공법 없다

중국산 알루미늄에 칼 빼든 상무부

업계 제소 없는 직권 조사

1985년 日반도체 이후 처음

태양광 패널·세탁기도 조준

이례적 방법의 무역공격에

中도 맞불 강경대응 나설 듯

3015A11 알루미늄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일반 알루미늄 합판에 대한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 조사에 착수한다고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산업계의 청원 없이 미 정부가 자체적인 반덤핑 조사를 벌이는 것은 32년 만에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전후해 잠시 주춤했던 미중 간 무역전쟁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 행정부 아래서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더는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오늘 그 약속을 이행했다”며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로스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에 힘입어 알루미늄 판재를 공정가 이하로 판매한다는 유효한 증거가 있다”며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미 정부가 기업들의 요구나 법원의 판단 없이 자체적으로 무역분쟁 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 1991년 캐나다 소프트우드 목재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 이후 처음이다. 반덤핑조사는 1985년 일본산 반도체 조사 이후 32년 만이다.


미국의 중국산 알루미늄 수입은 올 1~9월 6억8,72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다. 지난 5년 사이 수입은 약 5배나 급증했다. 이처럼 중국산 알루미늄 수입이 급증한 것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기반으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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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 정부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기업 간 투자를 이끌어내며 중국을 순방한 지 약 3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 상대국으로 전체 미 무역적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지만 미국은 대북제재 협조를 위해 지금까지 중국과의 심각한 무역마찰을 자제해왔다. 앞서 WSJ는 “중국이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지 않을 경우 내년 초 중국의 무역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미국 측의 대응이 공식화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외신들은 각국이 외교·지정학적 마찰을 염려해 업계의 요구가 뒷받침되지 않는 일방적 조사를 꺼려온 점을 지적하며 미국의 이례적인 조사를 기점으로 미국발 무역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새로운 무역공격을 개시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례적 수단의 조사로 무역전쟁이 가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산 알루미늄을 시작으로 태양광패널·세탁기 등 각국에서 수입되는 원부자재 및 상품 등에 대한 조사를 더욱 강화하는 후속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맞불’을 놓거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의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상무부의 예비 상계관세 판정은 내년 2월, 예비 반덤핑 판정은 내년 4월께 나온다. 최종 판정은 각각 내년 4월과 7월께로 예상된다. CNBC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중국산 알루미늄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해 내년 1월16일 예비판정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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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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