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017 에너지전략포럼] "재생에너지 시장 10년 후엔 본궤도 올라...문제는 정책신뢰"

[제2 주제발표-홍준희 가천대 교수]

태양광 등 발전비중 16% 넘으면 정부 도움 없이 성장

시장이 신뢰하게 정부가 법적 테두리에서 로드맵 제시

재생에너지 혜택 쏠림 가능성 커...격차 해소도 과제로

29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제8차 에너지전략포럼’에서 학계·산업계 등 50여명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송은석기자29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제8차 에너지전략포럼’에서 학계·산업계 등 50여명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송은석기자




◇신재생에너지 산업 확산 변환점◇신재생에너지 산업 확산 변환점



처음에는 미미했던 현상이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극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을 ‘티핑포인트’라고 한다. 맬컴 글래드웰의 동명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진 용어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계기로 전환기를 맞은 재생에너지 시장도 이 티핑포인트 이론이 적용된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신에너지 제외) 발전량 비중을 현재 2.5%에서 16%까지 늘리면 그다음은 시장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운다는 진단이다. 물론 16%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고 정책의 신뢰성 담보 등 해결해야 하는 등 전제조건이 따라 붙는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전환기의 에너지믹스…자원빈국의 최적화 모델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8차 2017 에너지전략포럼에 두 번째 주제 발표를 맡아 “2027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16%까지 늘리는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면 그 이후에는 재생에너지 시장이 스스로 확산하면서 정부의 도움 없이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사 46개 중 45위 수준이라는 점에서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새로운 에너지믹스로의 전환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다. 우선 시장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법적 테두리 안에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홍 교수는 “소유권이나 이미 획득된 계약을 침해하지 않는 제도적 안정성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시하는 로드맵은 민형사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책적 목표에만 매몰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묶는 거버넌스’와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묶는 거버넌스는 정책의 일관성과 추진 효율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환경·국토·농수산 분야의 정부부처들을 묶어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에너지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정치 문제인 점을 감안해 통찰과 예지 능력을 제시할 수 있는 싱크탱크도 필요하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에너지 격차 해소도 화두로 꺼냈다. 홍 교수는 “새로운 에너지 시장인 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지면 그 혜택이 지붕(주택)을 가지거나 토지(자본)를 가진 자들에게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생에너지가 기축에너지가 될 때 만인을 위한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서 발전할 수 있는 원전을 대신해 분산된 넓은 지역에서 발전해야 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입지 문제가 제기되는 데 이에 대해서는 기술 발전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홍 교수는 “정부가 37GW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1억평의 부지가 필요한데 국내 전체 골프장 면적 1억5,400만평보다 작다”며 “골프장이 넓다고 우리 삶이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듯 재생에너지 입지 문제도 비슷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영농형 태양광 등 기존에 없는 기술 패러다임이 나오면 어렵지만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또 전기에너지가 우리 문명과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이 있는 만큼 에너지믹스의 전환기가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전력이 원가(94원)와 배송비(5원60전), 이익(7원40전)을 더해 1kwh의 전력을 107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16명의 인력이 1시간을 일하는 것과 비슷한 부양능력”이라며 “그만큼 전기 에너지 체계는 문명과 경제를 부양하는 가장 강력한 체계이기 때문에 전환기의 에너지믹스를 고민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정책, 새로운 산업이 큰 규모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때 담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광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