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30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 군사적 압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런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관리를 잘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언급한 군사적 압박은 한미 정상이 합의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 확대·강화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경제신문·현대경제연구원 공동 주최로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 참석해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미 간에 세부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코리아 패싱이라든지 미북 간의 담판 등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고 미국 등 관련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일 새벽 북한이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데 대해서는 “예상보다 이른 감이 있어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고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한 후에 미국과 담판 짓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해왔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서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10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대북제재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화는 전날 오전8시30분에 이어 채 3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성사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양국 정상이 북한의 화성-15형 도발에 대해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대응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코리아 패싱은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등 초강경 대북 압박에 나섰다. 북한을 향해서는 대규모 군사 대응 가능성과 함께 ‘북한 정권의 완전한 파괴’까지 언급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대북 제재 극대화를 위한 원유 공급 차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일리 대사는 또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과 외교·교역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제한도 외교적 압박의 옵션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뉴욕=손철특파원·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