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 원청 대기업에게도 2·3차 하청 갑질도 책임지라는 공정위

원청이 1차업체와 계약 맺을때

2·3차 업체 관리·책임 지도록

이달말 '하도급 종합대책' 추진

"책임 부과 크고 실효성 떨어져

민간에 의한 민간 통제도 문제"

0415A08 중소 제조업의 원청 업체 의존도




0415A08 수급기업(제조업) 납품 거래 단계별 비중


원청 대기업이 1차 수급업체뿐만 아니라 2차·3차 이하 수급업체의 거래조건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기업 본사 차원에서 발생하는 ‘갑질’뿐만 아니라 하도급 단계로 내려가면서 생기는 ‘갑질’까지 차단해야 한다는 것인데 책임 부과 수준이 지나친데다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민간에 의한 민간 통제와 감시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3일 “대기업 원사업자가 1차 수급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2차·3차 이하 수급업체와의 거래조건에 대해서도 일정한 관리·감독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달 발표될 예정인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에 해당 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대기업 원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넓히려는 것은 우리나라 하도급 거래구조상 대기업이 1차 수급업체는 물론 그 아래 2차·3차 수급업체 등의 거래조건에도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대기업과 1차 수급업체가 공정한 거래관계를 유지하더라도 2차·3차 이하 재하청 단계에서 불공정 관행이 만연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2차·3차 이하 수급업체의 거래까지 일정 책임을 지는 방안과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인 지난 2015년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당시 문재인·홍종학·정세균 등 야당 의원들에게 강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안을 ‘수직적 네트워크 공정화’ 방안으로 부르며 중소기업들의 공동행위(담합)를 인정하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축 방안과 함께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핵심 솔루션이라고 주장해왔다.


공정위가 최근 시행한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에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원사업자의 경영간섭’ 설문항목을 새로 추가해 점검한 것도 이번 대책에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관련기사



공정위는 구현방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하도급법을 개정해 대기업들의 책임을 키워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과 공정거래협약 평가 때 가산점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 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중소기업 ‘수평적 네트워크’ 구축 방안도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여당 의원들은 지난달 13일 중소기업이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 공동행위를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규정 적용을 배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방안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이 2차 이하 수급업체의 거래까지 관리·감독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하도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경영간섭’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많게는 1만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을 대기업이 모두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의 경우 협력업체가 8,000개에 달하는데 실질적으로 ‘전속거래’로 보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업체는 400여개에 불과하다”며 “원청업체가 2·3차 이하의 수급업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거래관계를 다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경영간섭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빈난새·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