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의 설득으로 500억원 이상 국가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권한 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넘겨주기로 합의했으나 국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따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국가 R&D 시스템을 혁신해 기초과학 연구를 활성화하려던 문재인정부의 과학 정책에 차질이 우려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R&D 예타권을 과기정통부에 위탁하고 R&D 예산 한도도 양 부처 장관이 합의해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5일 오전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최근 논의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국가 R&D 예타권 등을 과기정통부로 위탁하는 ‘국가재정법 기본법’ 개정안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취소됐다. 기재위는 7일 경제재정소위에서 개정안을 또 다시 검토할 예정이지만 정기국회 일정이 오는 8일 끝나기로 돼 있어 임시국회를 열어 다시 논의되더라도 연내 통과가 확실치 않다.
예타는 대규모 신규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전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를 미리 검토하는 것으로, 기재부는 그동안 500억원 이상 R&D 예타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의뢰해 실시해왔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로 예타권한이 넘어가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가 제출한 R&D 예타 권한도 과기정통부가 갖게 돼 ‘선수·심판 병행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기재위 소속 추경호 간사 등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과기정통부에 R&D 예타권을 넘기는 것이 다른 부처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론을 펴 왔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과기정통부에 R&D 예타권을 ‘이관’하는 게 아니라 ‘위탁’하기로 했다. 양 부처는 기재부가 갖고 있던 국가 R&D 지출한도 설정 권한도 기재부·과기정통부 공동권한으로 바꾸고 정부출연연구원의 예산 심의주체는 과기정통부로 일원화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예타권한을 가져오면 검토 기간이 20개월에서 6개월로 줄어들고 경제성 위주 평가에서 벗어나 적기에 기초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D 예산 증액과 탄력적인 출연연 운영도 기대한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선수심판론이 나오지 않도록 과기정통부가 제출한 R&D 예산에 대해 오히려 타 부처보다 더 철저히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