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지옥의 문 열었다"…트럼프, '예루살렘 선언' 일파만파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 공식 선언

이스라엘을 제외한 국제사회 일제히 반대

지지층 결집효과 vs "무모한 결정·역사적인 외교적 실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회견을 통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식 선언했다. 후속조치로 텔아비브에 있는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물론 유엔, 유럽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반대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의미 있는 중동평화 절차’를 강조하면서 “이런 노력을 해칠 어떤 행동도 절대 피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긴급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카드를 굳이 이 시점에 꺼내 든 배경을 두고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운데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예루살렘의 의미에 대해서도 “단지 3개 종교의 심장부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민주주의의 심장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독·이슬람·유대교의 성지라는 성격보다는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관련기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팔 양쪽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평화협정 촉진에 도움이 되도록 깊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이-팔 평화협정을 촉진하겠다는 것은 모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 선언이 수십 년째 미해결 상태로 지지부진한 중동 분쟁에 평화의 물꼬가 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ABC방송에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더욱 광범위한 평화협정 달성에 더 이로울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궁지로 몰아 압박해 팔레스타인의 양보를 얻어내는 식으로 평화협정의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지지층 결집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도 친이스라엘 행보에 우호적이다. 특히 오는 12일에는 그의 취임 후 첫 상원의원 보궐선거가 열리고, 트럼프 정부 중간평가인 중간선거도 불과 1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힌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세계가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동 문제의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온 미국의 입지를 약화하고 외교적 고립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무모한 결정이자 역사적으로 큰 외교적 실수”라며 “앞으로 다가올 몇 년간 중동 내 미국의 이익을 크게 해칠 것이며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사관 이전을 지시하면서도 건설 부지 공사와 시공업체 선정 등을 이유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를 두고 미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의 낙진이 가라앉는 동안에 다른 나라들의 반응을 살피는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장아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