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 "불에 안타는 목재로 선박용 신시장 뚫었죠"

국내 유일 韓·美·유럽 난연 인증

주요 조선사 수주 물량 싹쓸이

네덜란드 아코야 목재 독점수입

사우나 시장 등 블루오션 개척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이경호 영림목재 회장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유럽선박장비인증(EU-MED)를 따낸 선박용 난연 목재와 지속 가능한 원자재로 주목받고 있는 아코야(아세틸 처리 목재)를 무기로 레드오션인 목재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아가겠습니다.”

이경호(67·사진) 영림목재 회장은 12일 “선박용 목재는 난연 인증을 받아야 납품할 수 있는데 국내 기업 중에선 인증받은 곳이 없어 그 동안 수입에 의존했다”며 “영림목재는 국내 난연 인증인 KR마크는 물론 미국의 ABS, 유럽의 MED까지 모두 따낸 유일한 업체로, 내년부터 선박용 목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영림목재는 현대미포조선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는 물론 위동해운과 삼광조선 등의 물량까지 따내며 선박용 난연 목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장이 선박용 난연 목재 시장에 뛰어든 것은 몇 년 전 방문한 선박전문전시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행사에서 컨테이너나 벌크선은 물론 크루즈, 여객선, 보트 등 선박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추세지만, 선박용 난연 목재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국내에 없어 고충이 많다는 조선사 관계자들의 하소연을 들은 것. 이 회장은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선박용 목재 인증을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국내 인증을 시작으로 미국 인증, 가장 까다롭다고 정평이 난 유럽 인증까지 따내며 국내 유일의 ‘난연 목재 인증의 3관왕’으로 떠올랐다.

이 회장이 또 다른 블루오션으로 꼽는 사업군은 아코야 목재(Accoya Wood)다. 네덜란드 액시스 테크놀로지스(Accsys Technologies)사의 아세틸 처리 목재인 아코야 목재를 국내 최초로 들여온 영림목재는 이를 소재로 다양한 목재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액시스사와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맺은 만큼 아코야를 재료로 데크나 창호, 문 등을 제작하는 등 상품군을 다양화하겠다”며 “우선 1차적으로 국내 사우나 시장에 납품하는 목욕부스 제작업체와 손잡고 가정용 사우나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목재는 물을 빨아들이는 친수성 때문에 미생물과 곤충이 목재를 갉아먹을 수 있고, 습도나 수분의 변화에 따라 수축과 팽창이 일어난다. 그러나, 아코야는 아세틸 화학 처리를 통해 친수성을 물과의 친화력이 적은 성질인 소수성으로 바꿔 미생물과 곤충에 의해 목재가 상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또한 우수한 가공성, 자연적 단열성, 자외선 저항성, 높은 강도와 견고함, 무독성 등 기존 목재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장점에 힘입어 최근 전세계 목재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켄터키 주 윌리엄스타운에 있는 ‘노아의 방주’, 네덜란드의 RO&AD라는 건축회사가 지은 일명 ‘모세의 다리’, 그리고 일본의 디자니랜드 등도 아코야를 사용해 지어진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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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진출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는 영림목재는 최근 충남 당진 공장에 8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팔레트 생산 라인이 자리잡은 당진1공장은 100만 달러짜리 자동화기계를 들여와 모든 생산 라인을 최첨단으로 바꿨다. 3공장은 선박용 난연 목재와 강마루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4공장은 고급 원목 상판인 우드슬랩을 생산하고 있다. 5공장은 악기나 공예품 시장을 타깃으로 한 고급 목재를, 6공장은 팔레트 중에서도 소량다품종을 생산하는 라인이다.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7공장 증축이다. 강마루 전용 생산을 하고 있는데, 기존 관납 위주에서 민간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라인을 증설하기 위해서다. 특히 일관화 체제를 갖추기 위해 기존 공장을 확장해 라인을 늘리기 위한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 가을께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 국내 강마루 생산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일관화 체제를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이처럼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배경에 대해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반세기 가까이 목재 생산을 하면서 물류장비, 팔레트, 바닥재 등으로 시장을 키워왔지만 이제 목재 시장도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면서 “당진 공장에 지금까지 2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한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3년 전 중국의 르치엔, 일본의 치바소교와 함께 한중일 합작법인인 ‘동타이(東泰)’를 설립,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물류 기자재를 수출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까지 참여한 4개국의 전략적 합작 법인 STYME International(스타이미 인터내셔날)을 통해 미국 물류 시장에도 진출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프랑스의 대형 물류회사와 손잡고 4개국 전략적 합작 법인을 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투자로 74억원 매출과 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영림목재는 올해는 100억원의 매출과 소폭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매출을 예년 수준인 25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2019년에는 500억원으로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인천=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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