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발언대] 일상에서 시작하는 바이오 혁명

박선미 한국바이오협회 홍보팀장



학창시절부터 나는 가수 루시드폴의 팬이었다. 그가 가수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스위스 로잔공대 생명공학연구원으로 유학을 간다는 소식을 들은 게 바이오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만 해도 바이오는 유전자 치료제나 면역항암제처럼 인류를 구원하는 거창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바이오는 꿈의 신약이나 닿을 수 없는 먼 미래의 세상이 아니라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상의 동반자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협동조합의 제품을 접한 것이 계기였다. 생협에서 판매하는 친환경 세제는 세정력도 우수하지만 물에 금방 녹아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까지 씻어줬다. 바이오는 이처럼 생활 속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지구를 살리는 기술이다.


워킹맘인 내가 꿈꾸는 친환경 삶도 바이오와 맞닿아 있다. 가능하면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을 사고 효소로 만든 세제로 의류와 그릇을 씻고 면으로 된 옷과 이불을 걸치고 친환경에너지로 달리는 차를 사고 화학물질이 적은 화장품을 쓰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일상이 ‘작은 바이오’로 가득 차면 언젠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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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학교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바이오다. 모든 산업에 바이오 기술을 접목하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 미래의 출발이 바로 일상에서 시작하는 바이오다.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암을 치료하는 기술도 바이오지만 일상 속에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바이오가 있다. 빠른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에도 바이오의 미래로 연결되는 접점이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도 거창한 명제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에서 완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흔히 인류의 역사를 두고 천재들이 이뤄낸 과학 발전의 쾌거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인간적인 삶에 대한 답변을 갈구해온 인류의 노력이 있었다. ‘모래알 우주’라고 부르는 것처럼 모든 생명은 작으면서 동시에 위대하기 때문이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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