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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찜찜한 신태용호

[동아시안컵 북한과 2차전]

北 자책골로 1대0 진땀승...유럽파 없이 아시아리거로만 구성, 경기력 떨어져

북한 축구 대표팀의 수비수 리영철(왼쪽)이 12일 동아시안컵 한국전에서 공격수 진성욱에 앞서 볼을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북한 축구 대표팀의 수비수 리영철(왼쪽)이 12일 동아시안컵 한국전에서 공격수 진성욱에 앞서 볼을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파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경기력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신태용 감독의 머릿속은 오히려 단순해졌다.


K리그 등 아시아리거로만 구성된 동아시안컵 축구 대표팀이 북한에 진땀승을 거뒀다.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우리가 넣은 골이 아니고 후반 19분 나온 북한 수비수 리영철의 자책골로 겨우 첫 승을 따냈다. 김민우(수원)가 왼쪽에서 올린 빠른 크로스가 문전의 진성욱(제주) 쪽으로 향했고 이를 리영철이 먼저 걷어낸다는 것이 그대로 북한 골문으로 들어갔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7승8무1패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1990년 10월11일 평양에서 치렀던 남북 통일축구 1차전(1대2)이 유일한 패배다.

1차전에서 2진급의 중국과 2대2로 비겼던 한국은 1승1무로 일본과의 최종전을 맞게 됐다. 신 감독 부임 후 첫 번째 한일전으로 오는 16일 오후7시15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한일전 결과에 따라 한국의 이 대회 2회 연속 우승 여부도 결정된다.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하는 A매치 데이와 관계가 없어 유럽파들은 차출되지 않았다. 아시아리거들로 짜인 대표팀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 신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2차전까지의 경기 내용만 보면 오히려 유럽파에 대한 믿음만 강해진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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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중국전에 선발로 나섰던 11명 가운데 6명이나 바꾸며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 진성욱을 원톱으로 좌우 날개에 김민우와 이재성(전북)을 배치한 3-4-3 전술을 들고 나온 것. 좌우 윙백에는 김진수(전북)와 고요한(서울)을 세우고 중원에는 정우영(충칭 리판), 이창민(제주)이 더블 볼란테로 나섰다. 스리백(3-BACK) 수비로는 권경원(톈진 취안젠)-장현수(도쿄)-정승현(사간 도스)이 호흡을 맞춘 가운데 골키퍼는 조현우(대구)가 맡았다.

북한은 경기 초반부터 최전방 공격수와 골키퍼만 빼고 미드필더 5명과 수비수 4명이 뒤로 물러선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쳤다. 한국은 이런 북한의 수비벽을 부지런히 두드리기는 했지만 날카로운 장면은 몇 차례 나오지 않았다. 후반에는 보다 활기가 더해졌다. 후반 초반 왼쪽에서 강하게 넘어온 크로스가 진성욱의 정강이를 맞고 왼쪽 골 포스트를 때렸고 이후 다시 진성욱이 사각지대에서 잘 돌려놓은 슈팅을 골문 앞의 북한 수비수가 가까스로 걷어내는 장면도 나왔다.

선제골이 나온 뒤로는 북한의 공세가 더 매서웠다. 후반 35분께 왼쪽에서 날아온 대각선 프리킥이 특히 날카로웠다. 그대로 나갔기에 다행이지 북한 공격수의 발에 살짝만 걸렸어도 실점으로 이어질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국은 후반 21분 진성욱을 빼고 중국전에서 득점한 김신욱(전북)을 투입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수비진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아시아리거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중국전 수비 붕괴의 충격을 털고 무실점에 성공하면서 그나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경기 후 신 감독은 “북한은 포백 수비를 예상했을 텐데 스리백으로 나오니 애를 먹지 않았나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승리했으니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며 “골 결정력에서는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공격수들이 문전에서 집중해서 찬스가 오면 1개씩은 넣어줘야 힘을 받을 수 있다. 세밀하게 공격을 손보려 한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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