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통없는 학과 통폐합...갈등 커지는 대학들

2019학년 모집정원 확정 앞두고

서강대·서울여대·국민대 등 추진

4차혁명·학제통합 등 명분에도

구체적 계획없어 학생들 큰 반발



2019학년도 모집정원 확정을 앞두고 학과 통폐합에 나선 대학들이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에 대비해 점진적 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학생들과 소통 없이 무리하게 학제 통합을 시도하다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강대는 19학번 신입생부터 커뮤니케이션학부·국제한국학과·아트앤테크놀로지(아텍) 학과를 ‘로욜라 학부(가칭)’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학제를 융합하자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커리큘럼과 정원 수, 교수초빙 등 구체적인 대비책을 밝히지 않은 채 통합한다는 결론만 발표해 학생 반발을 샀다. 서강대 학생들은 단과대 학장들과 토론회를 열고 “전공 간 유사성이 적은 학과들을 어떻게 통합해 시너지를 내겠느냐”고 물었지만 학교 측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신입생들은 교육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과목 간 유사성이 작은 세 전공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커리큘럼이 부실해지거나 학과가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아텍학과는 서강대에서 연구실과 프로젝트 연구시설 등을 일괄 지원받는 특성화 학과라 나머지 두 일반학과와 혜택을 골고루 분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올해 수시모집으로 아텍학과에 입학한 한 신입생은 학내 게시판에 “너무 불안하다”며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았으면 선택을 바꿨을 수도 있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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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통합으로 인한 대학 내 갈등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여대는 학부·학과별 발전계획서와 실적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위 15% 학부·학과를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서울여대 학생 20여명은 전날 총장실 앞에 피켓을 붙이고 통폐합 반대시위를 벌였다. 국민대도 과학기술대학 내 산림환경시스템학과(산림학과)와 임산생명공학과(임산학과)를 통합해 바이오·환경 분야 학과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세부 계획이 없어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2019학년도 모집 정원 확정을 앞두고 무리하게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중은 알겠으나 학내 구성원 간 의사소통 없이 통폐합을 강행하면 대학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대학 학문의 공동체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에게 통폐합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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