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은 생애주기 변화로 연금펀드 트렌드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은퇴 이후 수십 년 간 자산 배분에 변화를 주는 펀드 운용이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상품이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타깃데이트펀드(TDF)다. 연령대별로 투자 성향이 달라지는 것을 고려해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간 비중을 조절한다. 투자자의 연령 변화에 따른 위험 선호도에 맞춰 주식, 채권, 국내외 투자 자산 비중을 배분한다.
젊을 때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에 맞게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투자 비율을 높인다. 나이가 들수록 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 비중을 늘려 생애주기에 맞춰 투자 전략을 달리한다. 시장과 생애주기에 맞춘 투자 방법인 TDF는 이미 주요 선진국 시장에선 금융상품을 잘 알지 못하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미 지역에선 이미 1,000조원 이상 TDF 관련 상품이 팔리기도 했다.
특히 투자자산을 배분하고 관리하는 작업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시장 변동성을 반영해 리밸런싱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장기 투자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운용된다. 이처럼 TDF는 투자자가 상품 선택과 관리 방법을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TDF 인기에 다양한 상품을 시장이 출시하고 있다. 수익률 역시 양호하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5대 퇴직연금펀드 운용사인 캐피털그룹과 함께 근로자의 은퇴 시점에 따라 자산배분을 달리하는 ‘한국형 TDF’를 출시했다.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 TDF는 기존 연금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을 직접 정하면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의해 펀드가 알아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운용한다.
TDF는 원금 보장은 안되지만 연 4~5% 이상 수익률을 추구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하반기 기준 7개 TDF를 운용하고 있다. 설정일 이후 최고 수익률은 17% 가까이 된다. 최저 수익률도 4.7%로 준수한 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생애주기에 맞춰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이뤄지는 자산배분형과 전략배분형 2종류 10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미래에셋자산배분형TDF도 목표 시점에 원금손실이 최소화되도록 기대수익률과 손실 회복기간 등을 고려, 글로벌 ETF를 활용해 위험 자산 비중을 조절한다. 자산군 내에서도 주식은 성장주부터 배당주로, 채권은 하이일드에서 국채로, 시간이 지나면서 분산투자를 진행해 자산배분 효과를 극대화 한다. 전체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은 3년4개월 간 운용한 펀드로 16% 수준이다. 전체 펀드의 단순 평균 수익률은 10.45%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올해 3월 티로프라이스사와 함께 7개 TDF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한투운용의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기를 기준으로 5년 단위 7개 상품을 시리즈로 판매한다. 펀드는 자동투자, 자동조정, 자동 위험관리가 하나의 펀드 안에서 해결되는 것을 추구한다. 한 번 투자로 20여개 펀드에 분산 투자하고 하나의 상품에 가입하면서 펀드 내 투자비중이 조절된다. 해외 자산뿐 아니라 국내 주식도 편입돼 상대적으로 주식 비중이 높은 것이 타사의 TDF와 차별점이다. 국내 주식 비중을 10~20%까지 설정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자국 자산 선호 현상을 반영한다. 한투운용은 7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8개월 운용 펀드 최고 수익률은 11%다.
KB자산운용은 글로벌 TDF 1위 운용사인 미국의 뱅가드사와 제휴해 KB온국민TDF를 선보였다. KB온국민TDF는 뱅가드의 저보수 ETF와 인덱스펀드를 활용해 업계 최저 수준의 비용이 장점이다. 지난달 현재 기준 투자펀드의 총 보수는 업계 평균보다 낮은 0.11% 수준이다. KB자산운용은 총 7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지난 7월 판매한 후 3개월 최고 수익률은 2.8%다. 전체 펀드 수익률은 2.1%를 기록하고 있다.
인출식인컴펀드(RIF·Retirement Income Fund), 타깃인컴펀드(TIF·Target Income Fund) 경쟁도 뜨겁다. RIF와 TIF는 은퇴자의 은퇴자산을 장기 보존하면서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펀드다.
TDF가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은퇴 자산을 마련하려 위한 적립·관리 개념이라면 RIF와 TIF는 은퇴 전 모은 은퇴자산을 계속 운용하면서 생활비 등을 매월 연금처럼 받고 은퇴잔존자산까지 남기게끔 하는 운용관리 펀드다.
TDF는 주 가입 대상이 20대 이상부터 50대까지 은퇴준비를 하는 보편적인 투자자라면 RIF와 TIF는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가 임박한 사람들이 대상이다.
삼성자산운용과 한투운용이 RIF와 TIF를 운용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한국형RIF펀드를 미국 캐피탈그룹과 함께 운용한다. 운용 전략은 가입 대상 연령이 높은 만큼 보수적이다. 글로벌 자산배분(인컴형)이 주 전략이며 급격한 하락을 방어하고 변동성도 최소화한다. 전 세계 70여개국 600여개 채권과 주식에 분산투자한다.
한투운용도 한국투자TIF알아서평생소득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 연금자산 운용사 티로프라이스와 협약을 맺고 위탁운용한다. 이 펀드 특징은 4% 내외의 이자와 배당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액티브 운용을 추가해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추구한다. 적정 수익률을 확보해 은퇴자산 조기 소진을 방지하는 것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