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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도시어부①] 본격 ‘낚시 영업 예능’의 등장…시청자를 낚다

/사진=채널A/사진=채널A


‘도시어부’가 낚았다. 시청자도 낚고, 시청률도 낚고, 화제성도 낚았다. 지상파도 아니고, tvN도 아니고, 종합편성채널 중 가장 영향력 있다는 JTBC도 아닌, 채널A에서 낚시로 이룬 성과다.

지난 14일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는 4.10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차지했다. 지난달 23일 4.061%를 나타낸 것에 이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 동시간대 1위 JTBC ‘썰전’과는 0.1%P차로 접전했고, 지상파 3사는 모두 제친 성적이다.


700만 낚시인이 있다고 하지만, 낚시가 전 연령대에서 대중적인 취미라고는 보기 힘들다. 여행을 떠나 밥을 지어먹는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에서 낚시라는 소재를 일부 활용하기는 했지만, 오로지 낚시에 집중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이만한 화제성을 얻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도시어부’가 해냈다. 초반 1~2%대 시청률을 보니 분명 기대작은 아니었고, 유명 아이돌 등 화제성 있는 인물이 얼굴을 비춘 것도 아니고, 출연자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새벽부터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고 잡은 고기로 요리를 하는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그렇다. 신기하게도 재미있다. 흐뭇한 미소부터 빵빵 터지는 폭소는 물론, 심지어는 낚시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대리만족까지 안긴다. 왜일까.

최근 몇 년간 방송계의 대세는 ‘관찰예능’이었다. 올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MBC ‘나 혼자 산다’, JTBC ‘효리네 민박’ 모두 관찰예능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시어부’도 출연자를 관찰한다. 어디로 낚시를 하러 갈지 정하는 것부터 낚시를 하기 전 준비하는 과정, 본격적으로 낚시에 임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상태, 그날의 결과를 수용하는 모습까지 모두 보여준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실제 상황을 담아 시청자들이 출연자에 몰입하게 만드는 관찰예능의 공식을 따른 것이다.

/사진=채널A/사진=채널A


그렇다면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가 다음 화두로 떠오른다. 관찰예능이 방송계의 주목을 받은 지 꽤 됐다는 것은, 달리 말해 현재 포화상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새롭게 출격하는 프로그램이 관찰이라는 형식을 택했을 때,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분명히 필요했다.


‘도시어부’는 낚시를 선택했다. 여기에 성공 요소가 있다. 출연자들이 실제로 즐기는 취미를 방송에 가져온 것이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담당하는 장시원 PD는 “편집으로도 가릴 수 없는 것이 출연자들의 표정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얼굴을 시청자들도 안다. 그러면 짜증을 내도 즐겁다. 즐기는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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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가 앞서 프로그램에 임하면서 “이틀 낚시를 하면서 잠을 네 시간 자도 행복하다. 돈 주고도 낚시를 하는데 돈 받고 낚시를 하니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말한 것으로 설명이 될까. 이덕화 55년, 이경규 30년, 마이크로닷 18년 등 출연자들이 낚시를 즐긴 시간만 100년이 넘는다. 이 진정성 넘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다.

작위적인 설정이 최대한 배제되는 관찰예능의 특성상 출연자들의 매력이 프로그램의 향방을 결정한다. 세 사람 모두 낚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기니 진정성은 담보됐고, 또 낚시라는 공통적인 취미로 모였다는 점에서 출연자들 사이 호흡도 좋을 수밖에.

물론 낚시라는 장르 자체가 가진 매력도 배제할 수 없다. 바다낚시는 스포츠에도 비견될 정도로 임하는 이의 도전정신과 경쟁심을 부추긴다. 장 PD는 “저는 낚시 문외한인데도 낚시를 하니 승부욕이 생기더라. 그렇다면 잘하는 사람들끼리 하면 어떻겠나. 이런 자존심 대결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기획 계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낚시 아래에서는 나이도 경력도 의미 없다. 오직 그날의 대상어종을 누가 잡느냐가 중요할 뿐.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은 몇 십 년의 나이차이가 무색하게 서로 격려도 하고 디스(?)도 하면서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추가적으로 제작진의 편집 센스도 인기에 한몫했다. 낚시라는 소재의 특성상 ‘아재 냄새’를 지우기가 힘든데, 젊은 감각의 자막과 BGM이 이를 보완했다.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나도 바다로 떠나고 싶어진다는 ‘도시어부’. 이쯤 되면 본격 ‘낚시 영업 예능’이라 불러도 되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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