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주열 “가상통화 열풍은 비이성적 과열”

"글로벌 '골디락스'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고민

금융불균형 더 쌓이면 어떤 대가 치러야할지 염려"

유동성파티 속 '펀치볼 치우기' 타이밍 고민 드러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의 가상통화 열풍에 대해 “금융완화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나타난) 비이성적 과열” 현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비트코인 광풍을 오랜 저금리 기조에 따른 부작용의 일환으로 본 것이다. 지난달 6년5개월 만의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파티’에 마침표를 찍은 한은이 본격적인 ‘펀치볼 치우기’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간담회를 갖고 “‘골디락스’라고 불리는 지금의 글로벌 경제상황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라면서 “일부에서는 이를 ‘이성적 과열’이라고 표현하지만 최근의 전세계적인 가상통화 열풍을 보면 비이성적 과열도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골디락스’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를 뜻하는 말로 경제가 물가상승 우려 없이 성장세가 확대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최근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증시가 사상 최고치로 오르고 채권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이 현상이 ‘근거 있는 상승세’라면서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총재는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근본 원인이라는 또 다른 반론도 있다”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나아가 최근의 비트코인 광풍에 대해서도 “저금리에 따른 신용팽창과 자산버블 영향이 일부 있는 것은 아닌지 중앙은행으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많은 나라에서 부채과다를 걱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뜩이나 커진 금융불균형이 더욱 쌓이고 위험자산 선호경향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그 이후에 어떤 형태로 조정이 이루어지고 치러야 할 대가가 어떠할지 모든 중앙은행들이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금리 상태를 더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 증대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 “실물경제 전반이나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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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어떻게 되어갈지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미리 예단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저물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 총재는 “근원물가가 좀 상승하다가 지난달부터 좀 내려앉았다”며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금상승률에 대해서도 “고용 형태가 내년에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경기 개선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압력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도 경제 전망과 관련해선 10월 전망과 마찬가지로 “3%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상당히 강하고 대중교역 여건에 개선조짐이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상방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나 올해의 높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는 것”이라며 “한 달 후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감안해서 견해를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 1월 2018년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이 밖에 이 총재는 올 한 해 가장 뜻깊었던 일로 캐나다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꼽았다. 이 총재는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왑은 대외지급능력이나 충격흡수능력을 보강해 주는 제2선 외환보유액과 같다”며 “더욱이 이번에 체결한 통화스왑은 캐나다 중앙은행이 여타 5개 기축통화국간 맺은 스왑과 동일한 조건의 협정이어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높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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