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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창] 비트코인 시카고거래소 상장이 의미하는 것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팀장



“요즘 5,000만원 투자하고 한 달에 150만원씩 벌고 있는데 자네도 한번 투자해보게” “어디에 투자하는 건데?” “비트코인이라고 들어봤나?” “비트코인이 뭔데?” “그건 나중에 설명할 테니 1,000만원이라도 한번 투자해봐.”


며칠 전 오랜만에 세차장에 들렀다 듣게 된 동네 아저씨들의 대화다. 마치 과거에 폰지 사건(금융 피라미드 사기) 같은 느낌이다. 미성년자들뿐만 아니라 금융을 전혀 모르는 시장통의 아주머니까지 투자하고 있다니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버블에 대해 논쟁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몇 년 내에 가상화폐는 글로벌 경제에 정착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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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트코인 선물시장이 오픈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의 1%를 보유하고 있다는 윙클보스 형제가 2013년부터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했다 지속적으로 거절당한 지 5년 만이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들을 유통하는 일종의 ‘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래됐다. 하지만 이번 시카고거래소를 통해 드디어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제도권 시장으로 들어왔다. 최근 국내에서는 지나친 투기심리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비트코인 거래에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비트코인 거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결국 못하게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닌 적정한 제도권 아래에서 올바른 거래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은 여러 국가에서 가상화폐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쪽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다. 또 비트코인 선물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 ETF가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신규 투자자산이 발굴된 것이라고 하겠다.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는 기존 개인투자자 중심의 거래 대비 많은 거래량을 통해 버블을 가라앉힐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의 실제 거래의 교환가치와 채굴량에 따른 적정 밸류에이션 평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금을 통해 기존 화폐의 가치가 형성되고 또 금 스스로의 가격이 움직인 것처럼 말이다. 일반 화폐를 지불하고 금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땅속에서 금을 캐내도 그 가치가 생성되는 경우와 같다. 당연히 지금보다 가격의 변동성이 줄어서 하나의 투자자산이자 거래수단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실물화폐가 사라지고 전자화폐만 남을 것이라는 데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의 투기 광풍이 우려스러울 뿐이지 지나고 나면 이 과정 또한 새로운 산업혁명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단순히 비트코인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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