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평창올림픽의 평화를 기원하며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신문 부회장

국제사회 한반도 긴장 우려 속

北, 대회참가 설득에 묵묵부답

과시용 국지적 테러 가능성도

한·미 확고하고 의연한 대처를

서울경제신문 전 부회장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다. 그러나 올림픽은 종종 국제정치의 희생물이 돼 대결과 테러의 무대가 됐다. 지난 1972년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은 뮌헨올림픽을 피로 물들였고 미국과 소련은 정치적 이유로 상대국에서 열린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을 서로 연이어 보이콧함으로써 반쪽 대회로 만들었다.


30년 전인 1987년 11월29일 북한이 저지른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은 이듬해 열릴 예정이던 1988년 서울올림픽에 다른 나라들의 참가를 방해할 목적이었다. 대부분 중동 근무자들이던 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모두 희생됐다. 2002년 6월 한일월드컵 결승전 때는 연평해전을 도발했다.

2018년 2월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한민국은 물론 온 세계가 설렘 속에 기다리고 있다. 남북이 대치한 휴전선에서 불과 80여㎞ 떨어진 강원 평창과 강릉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개최국으로서 한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대비할 일은 평화와 안전의 올림픽이다.

현시점에서 안전 올림픽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북한의 대회 참가다.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서 북한이 참가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3월 열리는 한미 군사훈련의 연기와 축소를 미국 측과 논의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직접 방북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북한 측에서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은 없다.

북한이 명시적으로 평창올림픽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는 없으나 남한에서 열리는 국제적 축제에 동참하지 못하는 심사가 어떤 것일지는 충분히 짐작된다. 과거의 행적에 비춰 어떤 해코지 음모를 갖고 있을지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더욱이 북한의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비롯된 남북 간, 북미 간 긴장의 수위는 날로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엉뚱하게 평창올림픽의 안전성을 의심케 하는 해프닝이 미국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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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미국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는 ‘아직 의문’이라고 한 발언에서 촉발된 이 해프닝은 다행히 헤일리 대사가 직접 해명하고 미국 정부가 참가를 공식 확인함으로써 오해가 풀렸다.

그러나 지금도 미국에서는 북핵 대응책을 둘러싸고 강온파 간에 긴장의 파고가 오르내린다. 강경파인 헤일리 대사의 발언도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내년 3월이 북한의 ICBM을 막을 마지막 시한’이라며 평창올림픽 기간에 전쟁이 날 것 같은 공포 분위기를 자아낸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항공기 폭파 테러 후인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2008년 해제한 미국은 지난달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것과 북한에 인질로 잡혔던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든지 ICBM을 쏘게 되면 평창올림픽의 평화 분위기는 급전직하할 수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 외에도 한국을 직접 겨냥한 국지적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제적인 축제가 있을 때마다 재를 뿌려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북한의 전략은 상투적이다. 그중에서도 대남 해상 도발이나 사이버 공격은 대표적인 수법이었다.

대한항공기 폭파 테러 때 한미는 매우 긴밀한 협조로 88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지금 한미 간에 필요한 것도 그런 확고하고 의연한 대처다. 설령 북한이 어떠한 테러를 저지를지라도 국제사회는 그에 굴하지 않고 올림픽의 평화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해야 하고 그 일에 앞장서는 것이 미국의 역할이다.

북한도 그동안의 대남 테러가 그들의 존재감 과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보다 불량국가라는 이미지만 키워왔음을 각성하고 세계의 평화 제전에 동참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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