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EU '브렉시트 시점' 놓고 으르렁

"유예기간 3개월 단축해야"

EU, FTA협상 앞두고 압박 나서

英은 아예 탈퇴시기 변경 검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2단계 협상을 앞둔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시점’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EU는 브렉시트 유예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양측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험난한 여정을 시사했으며 영국 내각은 아예 EU 탈퇴 시점을 뒤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20일(현지시간) 브렉시트 2단계 협상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유예기간이 오는 2020년 12월31일에 종료돼야 한다고 밝혔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EU의 연간 예산이 마감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유예기간이 설정돼야 재정분담금을 정산하기가 수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바르니에 수석대표의 요구는 유예기간을 영국 측 계획보다 석 달 이상 앞당기겠다는 뜻으로 ‘FTA 협상을 위해 시일을 넉넉히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브렉시트 2단계 협상의 핵심인 FTA 논의를 앞두고 영국을 압박하려는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영국 내각은 EU를 탈퇴하는 2019년 3월29일을 기점으로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그동안 EU와 FTA를 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협상 기간에 FTA를 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EU의 강경한 태도에 영국은 아예 탈퇴 시점 자체를 변경하려 하고 있다. 영국 내각은 EU 탈퇴법안에 브렉시트 시점을 2019년 3월29일로 명기하되 의회가 EU 정상들의 동의를 얻어 날짜를 수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수정안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법안을 발의한 올리버 레트윈 보수당 의원은 브렉시트 날짜를 못 박은 채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하게 된다면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해온 EU 강경파다.


한편 대표적 EU 잔류파인 데이미언 그린 영국 국무조정실장이 성추문으로 사임하면서 영국 내각이 급격히 강경파로 기울 가능성이 생겼다고 FT는 전망했다. 그린 전 장관은 부총리급인 국무조정실장 직을 수행하면서 브렉시트 논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장관들의 낙마에 테리사 메이 총리가 내년 초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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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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