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근로시간·최저임금’ 핑퐁게임 할 땐가

한시가 급한 노동현안 처리가 기어코 해를 넘길 모양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여야 간 이견으로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문제도 여권의 불협화음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당장 숨넘어간다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한가한 행태에 한숨만 나온다.


심각한 것은 여야는 물론 당정 간에도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에 대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여당 소속의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돌연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시기를 유예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내년 초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 이후 보완입법에 나서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책임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근로시간은 ‘당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불과 몇 달 전 노사 합의로 운영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자신들의 공인 양 생색을 내더니 골치 아픈 사안에는 발을 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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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갈등과 혼란이 빚어져도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 간담회는 갑자기 없애면서 중소기업에는 듣기 좋은 립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치권은 통합 문제에 매몰돼 경영하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호소는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정부든 정치권이든 골치 아픈 문제는 서로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벌이는 와중에 기업들만 죽어날 판이다. 이제는 대통령 공약이라며 밀어붙인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서라도 빨리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이마저 끝내 무시한다면 그 후유증이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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