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존버와 장투는 한 끗 차이?

김광수 증권부 차장





가상화폐 열풍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시장의 개인 투자자들도 가상화폐 투자로 옮겨가면서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가상화폐의 원조 격인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 8년이나 됐지만 국내에는 올 들어 유독 광풍이 불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시장 과열을 잠재우려고 나섰지만 개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의 얘기지만 대학생들은 휴학까지 하며 등록금으로 가상화폐를 샀고 직장인 중에는 전세금을 빼 월세로 전환하며 투자를 하기도 한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가 증권사 영업장에 나타나 가상화폐 투자법을 물었다는 말도 들린다.

특히 2030세대의 가상화폐 투자 열기는 심상치 않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면서 살자는 ‘욜로(YOLO)’가 유행하더니 이제는 인생역전을 노리기 위한 수단으로 가상화폐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 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주식시장과 달리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화폐 특성상 하루 종일 PC나 스마트폰으로 시세를 확인하는 ‘가상화폐 폐인’ ‘가상화폐 좀비’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의 특징은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투자 논리가 있지만 개인들이 투자하는 가상화폐의 호재라는 것을 살펴보면 대부분 ‘설’에 불과하다. 그동안 A가 올랐으니 이제는 B의 차례다. C와 D가 최근에 올랐다가 조정을 받았으니 E가 오를 법하다는 식이다. 간혹 그럴듯한 이유를 들기도 하지만 이 중에도 근거를 찾아보기 힘든 희망 사항이 대다수다. 주식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예측할 수라도 있지만 가상화폐는 그조차도 쉽지 않다. 한마디로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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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들은 사놓고 버티기에 들어간다. 언젠가 오르겠지 하는 강한 믿음이 깔려 있다. 이른바 ‘존버 정신’이다. 팔지 않고 오래 버틴다는 뜻의 속어인 ‘존버’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안 팔고 기다리면 무조건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전문가들도 ‘장투(장기 투자)’ 하라는데 존버나, 장투나 마찬가지 아니냐”라고.

아니다. 틀렸다. 적어도 존버와 장투는 같을 수가 없다. 투자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아무 기업이나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지금은 덜 주목받지만 기술력이 있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큰 곳을 찾아 투자하고 빛을 발할 때까지 기다린다. 소위 가치주 투자다. 투자에 대한 믿음은 마찬가지겠지만 철저한 분석이 우선이다. 만약 자신들의 평가가 잘못됐다고 생각될 때는 손실을 봤더라도 미련 없이 투자금을 뺀다. 물론 자신들의 실수도 인정한다.

미국의 골드러시 시대에 황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적어도 서부를 개척하며 채굴이라도 했다. 그런 노력도 없이 마냥 기다리면서 자신을 장기투자자로 착각하지는 말자. 존버와 장투는 한 끗 차이가 아니다.

bright@sedaily.com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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