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토요워치] 占, 팍팍한 세상살이...탈출구 찾는 사회

첨단시대에도 불안한 시대 반영

역술·무속인 100만명 달하고

사주·타로카페 이어 앱도 급증

취준생·30대 점보며 위안 받고

중년층은 이직 등 문제로 발길

가벼운 '일상의 가이드' 역할도

/송은석기자/송은석기자


점집이 붐빈다. 연말이라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년 신년운을 보는 것이야 설날 민속놀이인 윷점을 비롯한 오랜 전통이지만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점(占)에 대한 의지는 다분히 역발상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규모 역술인단체인 한국역술인협회(회장 백운산)는 10년 전 20만명이었던 회원 수가 30만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비가입자까지 포함하면 역술인만도 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무속인단체인 대한경신연합회 회원도 최근 10년간 두 배가량 늘어 30만명에 달하며 가입하지 않은 무당까지 아우르면 5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업계가 파악한 역술·무속인 수만도 100만명에 이른다.


점집의 젊어진 형태라 할 수 있는 사주·타로카페도 확장세다. ‘미아리’로 통하던 과거 점집촌은 쇠락하고 있지만 홍대앞·건대입구 등 대학가와 강남역 일대를 중심으로 목 좋은 상권 1층에 세 집 건너 한 집꼴로 사주나 타로점을 봐주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홍대앞 타로카페는 소규모 매장임에도 권리금을 1억원 이상, 최고 2억원까지 부를 정도다.

점집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며 이는 불안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과거 IMF 외환위기 때가 그랬다. 구직난이 일상화된 취업준비생들은 학업에 지쳐 주변 사주·타로카페에서 위안을 얻는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찬밥’이 될 줄 알았던 점과 운세가 오히려 기술력을 등에 업고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농협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오늘의 운세를 무료로 봐주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의 스마트가전 냉장고를 이용한 사물인터넷(IoT) 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띠별 운세와 별자리 운세를 콘텐츠로 넣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사주·운세 관련 애플리케이션만도 1,000개 이상이 출시됐다. 최근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순위에서 전체 56위로 급상승하고 라이프스타일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는 ‘점신’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현장방문이 필수였던 풍수도 요즘은 구글맵이나 로드뷰 서비스로 주변 분위기를 파악하고 이사운을 점쳐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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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가벼워진 점술 문화가 삶 속을 파고들었다. 물론 취업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젊은 취업준비생들의 상담소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사주역학을 무거운 운명론으로 여겨 진지한 명분으로 받아들이곤 했던 것과 달리 최근 점술은 가벼운 실용조언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이드 형태로 수용되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젊은이들이 살아갈 철학이 부족하고 사회적 어른이나 확신할 만한 정부 정책 등 믿고 따를 모범이 없다 보니 발생한 증상이 점성술의 유행”이라고 진단했다. 미신적 경향이 커진 것이라기보다는 막막한 삶에 대한 질문에 마땅히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불확실한 미래를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갈증을 ‘재미’로 푸는 경향”과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그 특질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경향을 점술상담에서 해소하는 것”으로 젊은 세대를 진단했다. 과학적 사고와의 충돌에는 점술이 고대 과학이며 수천년 전통의 통계학이라는 합리화가 뒤따른다.

20대는 취직과 연애가 궁금하고 30대는 결혼을 할지, 애를 낳아야 할지가 고민이다. 중년층이 돼도 이사할 때는 부동산 운을 보고 이직운은 물론 인테리어도 풍수를 따진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학기술이 삶을 개선하기도 하지만 가치관의 문제나 사회적 불안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면서 “위험성이나 비관적 측면이 커질수록 점집을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경기가 더 어려워지면 점집 수요는 더 증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상인·우영탁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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