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걱정들이 쏟아진다. 바닥을 맴도는 출산율이 우리 경제의 몸통에 악성 종양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인구 감소세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급기야는 문재인 대통령도 며칠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참석해 “2031년이면 대한민국 총인구가 줄고 ‘경제가 어렵다’는 차원을 넘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솟는다. 이런 우려 섞인 진단에는 얼마만큼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근거가 깔린 것일까.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를 덮치는 것은 정말 시커먼 먹구름뿐일까.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는 바로 이런 질문을 파고들며 인구가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저자인 요시카와 히로시는 일본 릿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책은 인구절벽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를 ‘인구 감소 비관주의’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역사적 경험과 통계를 근거로 저출산·고령화가 국가 재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오히려 기업들에게는 혁신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조언도 곁들인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출산·고령화의 덫에 직면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은 물론이다.
우선 책은 1부에서 세계 인구의 변화 추이와 토머스 맬서스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의 고전 이론들을 훑어본다. 저자의 독창적인 연구 성과와 주장이 오롯이 담긴 것은 2부다.
요시카와 교수는 ‘경제 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인구가 아니다’는 명제를 입증하기 위해 ‘1955~1970년(일본의 고도 성장기)’과 ‘1975~1990년(제1차 오일쇼크부터 버블 붕괴 시점까지)’의 데이터를 비교한다. 고도성장을 이룬 15년 동안 일본의 연평균 성장률은 9.6%였고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는 연평균 1.3%씩 늘었다. 반면 제1차 오일쇼크 이후 1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6%로 떨어졌으나 생산가능인구의 연평균 성장률은 1.2%로 고도 성장기와 별 차이가 없었다.
2000년대의 통계도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2000~2014년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연평균 0.2%씩 줄었으나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1.3%였다.
이처럼 인구 변화가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아니라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비밀의 열쇠는 도대체 무엇일까. 책은 기술 진보와 제품 혁신을 아우르는 ‘이노베이션’과 이를 통한 노동 생산성 향상이야말로 경제 성장의 핵심 관건이라고 단언한다. 저출산과 맞물린 고령화로 ‘건강한 노후’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의료와 주택, 환경 등 여러 방면에 걸쳐 혁신이 필수 요소로 부상한 만큼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장기 불황의 늪에서 투자보다는 저축에 골몰하는 일본 기업의 행태를 질타하면서 혁신의 고삐를 틀어쥐고 국가 경제를 장밋빛 앞날로 인도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다. 요시카와 교수는 “건전한 낙천주의를 잃어버리고 합리적인 계산에만 매달리는 기업은 쇠퇴할 것”이라며 “일본 경제의 미래는 일본 기업이 ‘인구 감소 비관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결론짓는다.
책은 논문 형태의 학술 서적에 가깝지만 어려운 용어 사용을 자제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칼로 무를 자르듯 명쾌한 단문들이 이어지는 것도 ‘읽는 맛’을 돋운다. 지난해 일본 경제학자와 경제인 107명이 뽑은 ‘2016년 최고의 경제서’로 뽑힐 만큼 도전적인 화두와 충실한 콘텐츠를 동시에 인정받기도 했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