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외식 가맹본부 94%가 '물품 마진' 꿀꺽

■ 공정위 '구입요구 품목' 실태조사

대부분 차액가맹금 통해 수익 내

가맹점주 몰라 불공정마진 가능성

행주·종이컵 등 필수품목 공급때

특수관계인 내세워 '통행세' 받아

자진시정 안하면 추가 조사키로

주요 외식업종 가맹본부 대부분은 가맹점주들이 가맹비로 체감하지 못하는 물품 유통마진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상당수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의무적으로 사도록 하는 필수품목을 공급하면서 배우자나 계열회사 등 특수관계인을 내세워 ‘통행세’를 받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구입 요구 품목 거래실태’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지난 7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가맹 분야에 대한 갑질 대책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에 내놓은 성과다. 공정위는 7월부터 비교적 규모가 큰 피자·치킨, 분식·커피·제빵·햄버거·한식 등 7개 외식업종 50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구입 요구 품목(필수품목) 거래실태를 들여다봤다.



조사 결과 필수품목의 유통이윤인 ‘차액가맹금’을 통해 일부라도 가맹금을 받는 가맹본부는 94%에 달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구입 요구 품목을 공급하면서 그 품목에 일정 마진을 붙이는 방법으로 수취하는 가맹금을 의미한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가맹금이 공급받는 물품에 숨어 있다 보니 가맹점주들이 가맹금으로 얼마나 지출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최근 서울과 경기 가맹점 2,000여곳을 조사한 결과 가맹점주 74.3%가 차액가맹금의 존재를 몰랐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불공정한 마진이 숨어 들어갈 개연성이 큰 셈이다. 특히 가맹본부의 32%는 가맹금 수익의 전부를 차액가맹금으로 수취하고 있었다.

업종별로 보면 치킨 업종이 이러한 경향이 가장 강했다. 가맹본부의 연간 매출액에서 유통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치킨 업종으로 27.1%에 달했다. 이어 한식(20.3%), 분식(20.0%) 등이 20%를 넘었다. 가맹점주가 올린 매출액 중 가맹본부에 낸 차액가맹금 액수의 비율도 치킨(10.6%)이 가장 높았다. 패스트푸드(8.6%), 한식(7.5%)도 높은 편이었다.



필수품목을 배우자·친인척·계열회사 등 특수관계인을 통해 공급하는 가맹본부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8%였다. 이러한 필수품목을 업체로부터 사들이면서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받는 가맹본부도 44%나 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필수품목 중 브랜드 동일성이나 상품의 동질성 유지와는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품목도 상당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행주와 같은 주방용품, 테이프 등 사무용품, 종이컵이나 빨대 등 일회용품은 인근 마트·홈쇼핑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본부를 통해서만 사도록 하는 곳이 많았다. 이는 가맹사업법으로 금지하는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관련기사



공정위는 이런 혐의가 있는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조속히 자진 시정을 유도하고 응하지 않은 본부는 추가로 조사해 조치할 계획이다. 김대영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실태 조사를 통해 가맹점주들이 가맹금 거래조건 협상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가맹금 형태를 차액가맹금이 아닌 매출에 따라 지급하는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공정위의 정책 방향에 공감하며 중장기적으로 로열티 방식의 비즈니스 구조를 유도하는 자구안을 마련 중이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형 가맹본부들은 로열티 방식의 비즈니스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앞당기도록 독려할 것”이라면서 “다만 중소 가맹본부들의 경우 급격한 전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로열티 수익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