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 보유세 인상, 공시가격은 대폭 못 올린다

재산세·취등록세·지역건보 등 줄줄이 인상

각종 세금·부담 늘리는 융단폭격 가능성

공정가액비율 조정이 ‘스마트 폭탄’

세율 등 보유세 인상안 예상보다 빨라질 듯






공시가격 조정 검토한다는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보유세와 관련해 “세율 인상 외에 공시지가 조정 등도 대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공시지가는 정확히 말하면 주택에 쓰이는 공시가격입니다.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의 60%대 정도인 공시가격을 올리면 보유세를 직접 올리지 않고도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공시가격은 각종 세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됩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세금을 올리겠다면서 겨냥하고 있는 게 종합부동산세인데요, 종부세를 계산할 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합니다. 실제로 20억원에 거래되는 아파트는 공시가격 12억원(60% 고려시)을 기준으로 종부세가 매겨집니다. 60%대인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 비중을 올리면 자연히 세금을 더 내야겠죠.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서울경제DB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서울경제DB


공시가격의 한계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공시가격 인상은 특효약 같습니다. 보유세 세율이나 대상 조정 등은 관련법을 바꿔야 합니다. 법을 바꾸려면 국회 논의과정이 필요하죠.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야당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공시가격은 그냥 올리면 됩니다. 법개정이 필요없지요.

하지만 얼마나 가능할까요? 공시가격을 대폭 올려 보유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관련돼 있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정부가 1차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외에 재산세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합니다. 재산세라. 재산세는 모든 국민의 보유세를 올리는 겁니다. 무차별 증세입니다. 고소득층과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일반 중산층과 서민의 세금도 올라가는 것이지요. 재산세 올리지 않으려고 종부세 올리겠다고 하는 건데 공시가격을 올리면 종부세에 재산세까지 인상됩니다. 종부세는 주택의 경우 주택과 관련 토지가격을 합쳐 6억원(1세대 1주택은 9억원) 이상에 세금을 물립니다. 하지만 재산세가 오르면 전국민 세금인상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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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닙니다.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도 공시가격에 연동돼 있고 상속세와 증여세도 시가가 없으면 공시가격(지가)을 바탕으로 세금을 냅니다. 지역 건강보험료를 계산할 때도 공시가격이 쓰이는데요. 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대상자 등을 선정시에도 공시가격이 기준입니다. 이외에도 장애인 연금 대상자 판단,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 판단기준, 교육비 지원대상자 선정, 농어촌주택 취득자의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 등 관련 항목만 30개라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입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새 정부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김 부총리는 보유세 세율 인상 외에 공시가격 인상 등이 대안이라고 밝혔지만 공시가격 대폭 인상은 부작용이 크다. /연합뉴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새 정부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김 부총리는 보유세 세율 인상 외에 공시가격 인상 등이 대안이라고 밝혔지만 공시가격 대폭 인상은 부작용이 크다. /연합뉴스


공시가격 대폭 인상시 초가삼간 태워

어떻습니까. 보유세 인상하려고 공시가격을 대폭 올렸다간 증세 폭탄에 서민들의 각종 혜택이 거꾸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각종 사회보장 제도 지원시 소득과 재산상황을 보게 돼 있는데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도 늘어나 당연히 지원기준을 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사람중심 경제’라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부는 이를 모를까요. 아닙니다. 정부도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시가격 인상시 재산세를 비롯해 관련되는 항목이 너무 많다. 부총리의 뜻은 조금씩 조금씩 올린다는 것이며 지금도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다. (공시가격은)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해석하면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수준을 예년보다 좀더 높이거나 중장기적으로 시가에 비슷하게 가겠다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당장 시가반영율을 80% 이런 식으로는 갈 수 없다는 뜻이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보유세 정상화라는 이유를 들면서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율을 대폭 올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입니다. 이들의 뜻대로 공시가격을 마구 올렸다간 전국민 증세 폭탄과 함께 피해를 보는 서민들이 생깁니다.

당장은 정의롭게 보일 수는 있겠죠.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전체 국민이 무차별적인 증세폭탄을 맞는 일은 없어야 하며, 최소한 이런 부분은 국회 논의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명의 서민이라도 공시가격 대폭 조정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면 더 그렇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상대적으로 좀더 유력해 보입니다. 세율을 포함한 전반적인 보유세 인상 방안 발표도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입니다. 당초 기재부는 내년 8월께 나올 세법개정안에 보유세 인상 방안을 담겠다고 밝혔는데, 청와대가 상반기 중에 마무리짓겠다는 의향을 내비쳤기 때문이죠.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전후로 보유세 인상 방안이 나올 수 있을 전망입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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