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충정과 친화의 상징인 ‘개’의 해다. 개는 책임감과 충성심이 강하고 목표를 정하면 성취할 때까지 놓지 않는 끈기가 있는 동물이다. 동시에 활발하고 친근한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기에는 개의 끈질긴 성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특히 자국 이기주의로 높아진 세계 주요시장의 무역장벽을 뛰어넘고 서로 다른 사업 분야와 협업해 새로운 사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개의 친화력이 필수다. 올해 개띠 경영인들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
최고령 개띠 경영진은 제과와 호텔, 백화점, 글로벌 화학 기업이 탄생하는 발판을 마련한 신격호(1922년생) 롯데 총괄회장이다. 신 총괄회장은 ‘기업 보국’의 꿈을 안고 지난 1966년 롯데알미늄,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해 글로벌 기업 롯데의 초석을 다졌다. 지난해 롯데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무역 보복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재판으로 고난을 겪은 해였다. 중차대한 시기를 넘긴 신동빈 회장은 선친의 개척정신과 현장 경영을 이어받아 올해 재도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외에도 1934년생인 이윤재 피죤 회장과 박유재 에넥스 회장 등이 창업세대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코스맥스를 키운 이경수 회장은 1946년생이다.
개띠 경영인 가운데 올해를 가장 빛낼 인물들은 사실 1958년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세계적인 영화사 드림웍스의 창립을 이끌었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원 농심 부회장, 김원 삼양그룹 부회장,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이 1958년생이다.
특히 주목받는 경영인은 반도체 신화를 이끌고 있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지난해 한국 수출은 ‘반도체의 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 수출을 이끌었다. 압도적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2017년 반도체로 벌어들인 금액만도 100조원, 연간 수출액의 20%에 달한다.
김 사장과 박 부회장은 2018년 이 같은 신화를 이어가야 한다. 김 사장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초연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후발주자를 따돌리는 초격차로 글로벌 1위를 수성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도 기술경영을 앞세워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인텔과 함께 삼각 구도를 굳힌다는 각오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은 해를 넘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조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현대차의 2018년 성과가 달려 있다. 권순황 LG전자 사장도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B2B 사업부문’에 열정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의 철강사업을 책임지는 오인환 사장(COO)도 기대된다. 2017년 긴 업황 부진을 탈출해 6년 만에 최대실적을 거둔 오 사장은 권오준 회장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더 큰 실적을 거두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올해 중국에서 제2의 굴삭기 사업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임종훈 한화종합화학 사장, 이태종 한화 방산부문 사장, 옥경석 한화 화약부문 사장, 표현명 롯데렌탈 사장, 이영호 롯데푸드 사장, 장선욱 롯데면세점 부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부사장 등도 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해 매진한다. 중견기업 중에서는 오흥주 동국제약 대표와 김만훈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홍준기 경동나비엔 사장과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 등이 주목받는 인물로 꼽힌다.
‘개띠’ 오너 3세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 등이 1970년생 개띠다. 현대차의 프리미엄브랜드 ‘제네시스’를 이끌고 있는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차 ‘G70’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올해 정의선 부회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북미와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섬세한 리더십으로 아시아 시장을 휘어잡은 이부진 사장도 사드 여파를 극복하고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젊은 1982년생 경영인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경동제약 창업주 류덕희 회장의 차남 류기성 부회장 등도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보인다. /구경우·박해욱·윤경환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