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최종구 '세대간 빅딜' 발언에 … 은행 연초부터 명퇴 칼바람

지난해 무리한 일자리 창출 뒤 몸집 줄이기 나서

최대 3,000명 일자리 떠날 듯 … 세대간 갈등 우려

"정부 코드 맞추기 위한 자율적 구조조정"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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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금융권에 연초부터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을 합치면 최대 3,000여명이 현 직장에서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명예퇴직이 청년 채용으로 이어지는 ‘세대 간 빅딜’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중장년층은 직장 밖으로 떠밀리게 돼 ‘세대 간 갈등’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비대면과 점포 축소 같은 트렌드에 반해 일자리 창출 압박을 하면서도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정부의 모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이 지난해 무리해서 청년 일자리를 늘린 뒤 다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까닭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대상자는 근속연수 15년 이상, 만 40세 이상 직원이며 8~36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부지점장 이상으로 희망퇴직 대상자를 한정했지만 올해는 연차와 나이만 충족하면 가능해 신청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유사한 기준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던 타 은행 사례로 미뤄 1,000명가량의 인력이 퇴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80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KB국민은행도 임금피크제에 적용되는 만 55세 이상 직원과 만 53세 이상 지점장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잔여 정년에 따라 27~36개월치 급여가 지급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통해 2,800명의 인원을 줄인 바 있다.

또 지난달 신청을 받았던 NH농협은행에서는 40세 이상 직원 534명이 명예퇴직을 선택했고 KEB하나은행도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직원 207명이 급여의 260%를 받고 은행을 떠나기로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금을 지급할 여력을 만들어줬다”면서 “직원들은 30개월치 이상의 급여를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돼 노조도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큰 반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규모로 희망퇴직을 받는 건 점포 통폐합과 비대면 등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희망퇴직 규모는 매년 3,000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에도 국민은행(2,800명)과 우리은행(1,011명) 등 시중은행에서만 5,000명 가까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떠났다. 은행들은 1회성 비용은 늘더라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젊은 층을 뽑을 여력을 확보하고 정부의 일자리 확대 기조에 발맞춰 5대 은행에서만 지난해 당초 계획보다 늘린 2,000여명을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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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수익성 우려와 경영환경 악화가 희망퇴직의 근본 이유”라며 “핀테크 확산과 디지털화로 금융 업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해서 인력을 줄이기보다는 재훈련을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금융권 명예퇴직이 보다 많은 청년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 간 빅딜’을 유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명예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규정 퇴직금 외에 별도 위로금을 추가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명예퇴직 분위기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청년실업난을 빌미로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근로자들을 내몰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조조정이라는 기업들의 가려운 부분을 정부가 자연스레 긁어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 자영업을 시작한 퇴직자들은 1년이 지나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55세부터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후 대다수가 희망퇴직을 선택해 정년 60세가 사실상 무의미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비용 절감을 위해 매년 3,000명 이상 줄이고 또 코드금융으로 늘리는 일이 금융권에서 반복되는 셈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같이 고연봉·고연령 근로자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임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명퇴를 적극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사가 10년 뒤를 내다보고 임금체계 개편, 직무구조 재설계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황정원·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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