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1월 뒤늦게 장관을 맞았지만, 여전히 1급 실장 1명과 감사관이 공석인데다 산하·유관기관의 기관장 대부분이 없거나 교체를 앞두고 있어 후속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산하·유관기관의 경우 중기부가 공식, 비공식적으로 기관장을 추천, 낙점하는 구조여서 홍종학 장관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2일 중기부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기부 1급 실장을 포함해 산하·유관기관장 등 총 9명이 새로 임명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중기부 창업벤처실장과 창업진흥원장, 신용보증재단중앙회장 3명만 후속 인사 절차를 진행 중일뿐, 나머지 6자리는 아직 시작도 안한 상태다.
후임 인사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기관은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옴부즈만, 한국벤처투자 4곳으로 이중 동반위는 안충영 위원장이 무려 1년6개월 넘게 임기를 연장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상근 부회장과 중기옴부즈만은 현재 공석 중이다.
4실 체제의 중기부는 현재 창업벤처혁신실장 자리를 놓고 2~3배수의 최종 후보자가 검증 절차를 밟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 내 1급 인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앞서 정윤모 전 중소기업청 차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김병근 중소기업정책관이 소상공인정책실장으로, 조봉환 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이 중소기업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초 벤처캐피털 출신들도 공모 신청에 나섰으나 적격성을 따지는 과정에서 모두 탈락했다”며 “최종 후보군 가운데 벤처기업인 출신이 있는 만큼 초대 벤처실장으로 기업인 출신이 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1급 실장직 역시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의 적용을 받는 만큼 전문경영인 출신이 오거나 백지신탁 부담이 없는 기업인이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반성장위원회는 1년 반 넘게 장관급인 위원장 후임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4년 8월 취임한 안 위원장은 지난 2016년 7월로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자 인선이 늦어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위 기구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되면서 후임자 선임을 위한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후임자를 선정하려면 상생법에 따라 각 경제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로부터 추천받은 후보자에 대해 28명의 동반위원들이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후임자 선정을 위한 동반위는 지난달 20일 열린 제48차 회의를 끝으로 아직 개최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인선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동반위의 존재 의미가 사라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반위의 관계자는 “주관부서가 중기부로 바뀌는 과정에서 후임자 인선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며 “이달 안에 동반위가 개최될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도 최수규 전 부회장이 지난 7월 중기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비어 있다. 중기중앙회에서는 중기부 1급 출신이 오기 힘들다면 다른 부처에서 오는 방안도 희망하고 있지만, 중기부에서는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자리를 중기부 퇴직 관료들이 차지해온 관행을 들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부 산하 기관 중 맏형격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임채운 이사장 임기는 오는 17일까지다. 중진공은 3일 오후 서울 목동 중기유통센터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공모일정과 평가기준 등 세부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다. 임원추천위는 중진공 비상임이사 8명과 이사회에서 선정한 4명으로 구성된다. 임 이사장의 퇴임 전까지 신임 이사장 선임이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이사장직은 공석으로 남을 전망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에서 일정을 확정해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을 거친 후 선임하는 데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선이 이뤄질 때까지 부이사장 등이 이사장 역할을 대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를 찾아내고 규제를 개선하는 차관급 직위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이 지난 4월 임기 만료로 떠난 이후 아직까지 공석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국무총리 위촉으로 적임자가 나타나면 관련 절차가 진행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도 조강래 대표의 임기가 지난해 10월로 끝났지만, 아직 후임 사장 공모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한국벤처투자는 보통 임기 만료 한 달 전에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만 중기부 장관 인선이 지연되면서 공모 절차도 늦어졌다. 한국벤처투자는 현재 이사회 인원 구성을 기존의 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후임 사장 선정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시우 창업진흥원 원장과 김순철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도 각각 1월말, 4월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강 원장은 당초 지난해 1월 임기가 끝났지만 1년 연장돼 추가 연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말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회사 경영 등이 문제가 돼 주주 전원 합의로 해임된 이영필 전 공영홈쇼핑 대표 후속 인사는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공영홈쇼핑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현하철, 김정호 사내이사 공동 직무대행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정민정·서민우·백주연기자 jmin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