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25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천화’는 한 치매노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한 여인과 그녀의 곁에 선 한 남자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화 ‘가능한 변화들’로 제17회 동경국제영화제 최우수아시아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의 놀라운 발견으로 평가 받는 민병국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이다. 현실 같은 꿈, 꿈 같은 현실을 독특한 내러티브와 감각적인 연출로 보여주며 2018년 대한민국의 독창적인 현대영화(Contemporary Movie)의 포문을 열게 될 수작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는 ‘천화’의 주요인물인 윤정, 종규, 문호, 수현, 나온 5인의 모습을 각각 인상적 장면과 강렬한 대사로 담아냈다.
오래 전부터 제주도에 정착해 살아가지만 주변에 그녀의 과거를 아는 이가 전혀 없는 미스터리한 여인 윤정(이일화). 그녀의 고혹적인 분위기와 깊이 있는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랑이 비겁할 때도 있죠. 그렇다고 다 하찮은건 아니잖아요” 라는 강렬한 대사가 그녀의 지난한 삶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선천적인 예술감각과 야생적인 기질을 지니고 제주도를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종규(양동근)는 제대로 물을 만난 듯, 단 한 컷의 장면만으로도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야! 난 이 차 관으로 생각하고 타고 다녀!”란 익살스런 대사와 함께 배경의 몽환적 분위기와 고물 승합차 한대가 그의 삶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
또한 서귀포 시내의 요양원에서 백주대낮에 이상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치매노인 문호(하용수)는 “내 인생은 전부가 다 거짓덩어리야”라는 대사와 함께 참회의 고백을 쏟아내는 듯한 눈빛과 묵직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이외에도 수년 전 실종된 남편 문호의 사망신고를 접수하고 어떤 의문에 휩싸여 제주도로 내려오는 수연(이혜정)은 처연한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표정과 대사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죽을 만큼 힘들땐 뭐라도 해야 해요” 란 비장한 말이 그녀의 표정과 상반되게 어우러져 슬픔을 자아낸다.
종규의 오랜 친구이자 제주도를 떠도는 영혼들의 안식처를 제공하는 카페 여주인 나온(정나온)은 건조한 눈빛이지만 애처로운 몸짓과 대사로 시선을 끈다. “그럼 난 누가 보살펴주지” 란 애처로운 대사와 달리 나온의 이미지는 공개된 포스터 중 유일하게 밝은 톤을 지니고 있어 그녀의 사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처럼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그린 영화 ‘천화’는 깊이 있는 주제와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독특하고 현대적인 연출기법, 여기에 배우들의 신선하고 강렬한 연기호흡과 아름다움과 고립감이 공존하는 제주라는 공간의 이중성을 그대로 표현해낸 완성도 높은 미장센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영화 ‘천화’는 맑은시네마(한국)X키스톤필름(Keystone Films, 프랑스) 공동제작으로 국내에서는 1월 25일 개봉 예정이다. 향후 프랑스 개봉도 앞두고 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