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위안부 합의, 진실·정의 어긋나"..재협상 가능성 열어

피해 할머니 靑 초청 오찬

합의 파기 가능 여부에 강경화 "모든 것이 가능"

日 정부 "수용 못해" 항의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드리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진제공=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드리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한일 양국 간 ‘12·28 합의’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초청해 오찬을 한 자리에서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안 듣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피해자 우선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합의안에 대한 수정이나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정성을 다해 국빈급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을 맞이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청와대 본관 현관 입구에 서서 경기도 광주의 위안부피해 할머니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을 출발해 도착한 할머니들에게 일일이 반갑게 인사했다. 개별적으로 이동해 뒤늦게 청와대에 온 할머니가 도착할 때까지 15분간 현관에서 선 채로 기다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저희 어머니가 91세이신데 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잘 뵙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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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할머니들은 문 대통령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 가슴이 후련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여사는 할머니들에게 목도리를 직접 매어 드렸다.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게 가장 하고 싶었다’는 할머니들의 말을 전해 들은 문 대통령은 할머니 한 분 한 분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려면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한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재협상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조속히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 문제(위안부 합의 이슈)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이 다음주까지 위안부 피해자를 만날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주 중에는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입장 정리가 큰 틀에서 마무리되면 한일 정상이 만나는 방안도 예상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3~4월께 양국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본 외무성은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을 통해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를 변경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대사관의 차석공사는 “한일 양국 정부에 있어 합의의 착실한 실시야말로 중요하며 이미 실시되고 있는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관계는 관리 불능이 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병권·박효정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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