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중기옴부즈만과 기능 같은데…혁신성장옴부즈만 만드는 정부

규제혁신·애로해결 역할 중복

9개월째 수장 공석 … 사실상 방치

일각선 "옥상옥·예산낭비" 질타

규제 혁신과 현장 애로 해결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옴부즈만’을 9개월째 공석으로 내버려둔 정부가 비슷한 기능의 ‘혁신성장옴부즈만’을 신설한다. 기존 조직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옥상옥’ 같은 기구를 만든다는 점에서 예산낭비에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건의사항을 검토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혁신성장옴부즈만 2명을 임명하고 이를 도울 지원단 조직을 대한상의에 설치할 계획이다. 혁신성장옴부즈만은 민·관·학·연 출신 중 기업혁신과 규제 분야 전문가 중에서 위촉하며 임기는 3년이다. 기재부 국장과 상의 본부장이 공동단장을 맡는 지원단은 두 기관 파견자로 구성된다. 기재부는 지난달 말 자체 고시를 통해 혁신성장옴부즈만 설치 근거를 만들었다.

0515A08 중소기업 옴부즈만 vs 혁신성장 옴부즈만 비교





문제는 지난 2009년 기업호민관으로 출발한 중기옴부즈만이라는 비슷한 기구가 있다는 것. 중기옴부즈만 역시 중소기업 규제를 찾아 개선하고 현장 애로를 듣는 역할로 지난해 중기 수출지원사업 제출서류 간소화 등 73건의 규제 개선과제를 발굴했다. 중소기업법에 기반한 중기옴부즈만은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차관급으로 전담 지원조직만 26명에 연간 17억원의 예산을 쓴다. 지난해 4월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이 이임한 뒤 9개월째 공석으로 사실상 방치됐다. 9년간 적지 않은 노하우를 가진 전문조직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은 채 법보다 한참 하위법령인 고시로 혁신성장옴부즈만을 만들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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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기능이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기 외에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도 대상으로 둘 수 있고 세제·예산지원 과제도 발굴할 수 있다”며 차별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학계의 규제 전문가는 “규제에는 중기와 대기업이 따로 없고 다만 중기는 규제비용을 감내하기 어렵다 보니 중기옴부즈만이 생긴 것”이라며 “기존 조직으로도 충분히 할 일에 옥상옥을 만든 전시행정”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혁신성장의 키 플레이어는 중견·중소기업”이라고 밝힌 만큼 중기옴부즈만과 혁신성장옴부즈만의 핵심 고객층은 대부분 겹칠 수밖에 없어 옥상옥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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