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팀 24/7] "입교 때 품었던 그 간절함 담아...'국민봉사' 최선 다하겠습니다"

■무술년 임용 앞둔 중앙경찰학교 새내기들 만나보니

평균30대1 경쟁 뚫은 2,701명

오전 6시20분 기상 일과 시작

공직윤리·인권 등 수업 듣고

맹추위 속 혹독한 체력훈련까지

군인·다문화가정 등 출신 다양

연령도 20~40세로 서로 배려

7개월 뒤 현장 배치되는 그들

"마을·사회 위해 살고 싶어요"

061608 사격훈련


“충성! 교육생 000입니다.”

지난 3일 충북 충주시에 자리한 중앙경찰학교. 두툼한 회색 점퍼를 입은 한 무리가 교내에서 만난 선배 경찰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설렘과 긴장이 채 가시지 않아 발그레한 얼굴이다.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다가도 선배를 만나는 순간 ‘일동 차렷’ 자세다. 회색 점퍼 위 한쪽에는 ‘신입 293기 000’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다. 여경들은 단정하게 머리망을 하고 남경들은 머리를 바짝 깎았다.


2018년 무술년 경찰 임용을 앞두고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한 293기들로 교내에는 활기가 넘쳤다. 중앙경찰학교는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기본소양을 교육받는 필수 코스다. 마침 이날은 교육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관계주도학습’ 교육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영화를 보거나 교육생들끼리 함께 다과를 먹으며 숨통을 틔우는 시간이다. 302호실에 삼삼오오 모인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교육생 40여명도 과자를 한가운데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느 발령지에 가고 싶은지, 시험은 어디서 준비했는지 수다를 떨다 보니 주어진 2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울산에서 왔다는 한 교육생은 “인천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외롭고 심심했는데 이 시간을 통해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벌써 일부 동기들은 귀갓길에 치킨을 함께 먹는 ‘치킨 모임’도 결성(?)했다고 귀띔했다.

새해를 중앙경찰학교에서 보내고 있는 293기 교육생은 일반순경·여자순경 등 총 2,701명. 오는 13일 입교하는 101경비단을 제외하고 2,581명이 지난해 12월11일 기숙사에 짐을 풀었다. 경찰대학·경찰교육원에서 교육받는 일부 간부후보생과 특별채용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예비 경찰들은 이곳에서 약 8개월간 교육받으며 경찰실무를 배운다. 중앙경찰학교는 ‘경찰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교육생의 하루는 해도 아직 뜨지 않은 오전6시20분부터 시작된다. 기상 음악이 나오면 6시40분까지 대운동장에 집합해 일괄 점호를 시작한다. 청결 상태를 자주 점검하기 때문에 방은 대부분 깔끔하다. 4인 1실 남학생 생활관에 들어가 보니 각종 형법 교재가 가지런히 꽂혀 있고 침대도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방문 앞에는 ‘두꺼비’ ‘난쟁이’ 등 교육생들을 익살스레 소개한 글도 보였다. 군인·대학생·다문화가정 등 출신이 다양한데다 연령대도 20~40세로 폭넓다 보니 생활관 동기들끼리 서로 미리 알아두고 배려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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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 후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강의동을 오가며 경찰실무와 관련된 수업을 듣는다. 주로 공직윤리와 국정 철학, 민·형사법, 실무기술 등을 배우지만 범죄피해자 지원이나 인권 감수성 등 대민(對民)업무에 필요한 과목도 공부한다. 수업은 경찰 재직 경력을 가진 교수들이 맡는다. 일과가 끝난 오후5시40분부터는 유도·태권도·외국어 등 각종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율시간을 보낼 수 있다.

최근 영하 10도에 가까운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16㎞ 행군과 집회시위훈련 등 혹독한 체력단련도 꾸준히 이어진다. 이날도 교육생들은 오후4시부터 대운동장에 모여 구르기·달리기·윗몸일으키기 등 체력단련으로 땀을 흘렸다. 인원이 2,500명에 이르다 보니 운동장 구획을 나눠 쓰는 요령도 발휘해야 한다. 지난달에는 눈 쌓인 대운동장에 훈련생 전원이 집합했더니 3~4시간 만에 눈이 다 녹아버렸단다. 한 교육생은 “2,000명이 눈을 밟아대며 훈련하다 보니 눈이 모두 녹아버린 것 같다”며 웃었다.

평균 수험기간 2~3년, 평균 경쟁률 30대1을 뚫고 들어온 이들에게 경찰학교 입교는 남다른 의미였다. 여군 중위 출신인 박효은(31) 교육생은 입소할 때의 가슴 벅찼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또래 친구들이 승진하거나 아이를 갖는 등 제2의 인생을 시작했지만 자신은 합격 보장이 없는 시험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이 컸다.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나” 수십 번 속앓이했던 기억은 합격소식을 듣고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실제로 100대1에 달하는 여경 경쟁률 때문에 4~5년 동안 시험을 준비한 일부 여경 동기들은 입소 당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육군 대위 출신 김영두(36) 교육생도 사정은 비슷했다. 가정에 충실하고 싶어 군인 대신 경찰을 택했지만 2년여 수험기간 동안 ‘언제 붙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마침내 가족이 있는 인천지방경찰청에 합격했을 때는 옆에 있던 아내와 얼싸안고 기뻐했다. 김 교육생의 목표는 두 딸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경찰로 기억되는 것. 특히 집회시위와 테러에 선진적으로 대응하는 경비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 졸업이 7개월가량 남았지만 293기 교육생들은 벌써부터 일선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상상에 즐겁다. 새해 소망에 대한 질문에 두 교육생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저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고 제가 속한 마을과 사회를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처음 입교할 때 가졌던 간절함을 계속 잊지 않고 가져가도록 연습하겠습니다.” /충주=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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