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검색어를 당사자 요청이나 자체 판단에 따라 다수 삭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6년 10∼11월 1만5천584건의 연관 검색어와 2만3천217건의 자동완성검색어를 삭제했다.
연관 검색어와 자동완성검색어는 이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해 찾고자 하는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으로,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창에 ‘네이버’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카카오’ 등이, 자동완성검색어로 ‘네이버 웹툰’ 등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KISO 검증위는 보고서에서 네이버가 2016년 10∼11월 삭제한 연관 검색어와 자동완성검색어에 국정농단 사건 관련 키워드가 상당수 포함됐으며, 이 중 일부 삭제의 경우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네이버는 ‘김동선 정유라 마장마술’이라는 연관 검색어를 김동선 씨 측의 요청에 따라 삭제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금메달을 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동선 씨를 검색했을 때 ‘정유라 마장마술’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뜨지 않도록 한 것이다.
KISO 검증위는 이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 인물인 정유라 등의 행적에 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조사도 이뤄지고 있었으므로, 검색어를 삭제한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또 ‘박근혜 7시간 시술’ 등의 검색어를 ‘루머성 검색어’로 보고, 삭제 사유를 ‘기타’로 분류해 자체 판단에 따라 삭제했다.
KISO 검증위는 “이들 검색어는 명백히 루머성 검색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삭제가 타당하다고 해도 ‘기타’가 아니라 ‘명예훼손’으로 분류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SO 검증위는 또 네이버가 최순실 일가와 관련 있다고 보도된 연예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연예인 루머성 키워드’로 분류해 삭제한 데 대해서도 “적절한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KISO 검증위는 네이버가 ‘세월호 공양설’ 등의 검색어를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자체 판단해 삭제한 데 대해 “정부 정책이나 국가적 대형 사건에서 국민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소문에 대한 논의는 피할 수 없으므로 쉽게 배척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현직 국회의원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과 관련한 다수 검색어의 임의 삭제에 대해서는 “언론의 보도 내용과 관련한 검색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제외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ISO 검증위는 총평에서 “네이버가 전체적으로 올바른 처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네이버가 쟁점이 되는 검색어에 대해 과거보다 조금 더 쉽게 삭제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 검증위원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KISO는 2009년 인터넷 사업자들이 업계 이슈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출범시킨 단체로, 네이버는 검색어 조작 논란이 벌어진 2012년 이래로 이 단체에 검증을 맡겨왔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 “네이버는 검색어 삭제에 관해 KISO의 정책 규정과 공개된 운영 정책에 따라 신중하게 조치하고 있다”며 “KISO 검증위도 ‘검증 대상 기간 삭제된 검색어에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해명했다.
네이버는 “검색어 서비스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네이버의 자율규제 노력은 작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정보학부가 주관한 회의에서 높은 관심을 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네이버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