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市場 못 이기는 정부<Ⅲ>과잉개입의 악순환] 첫 단추 잘못 끼운 정부... 땜질처방 남발로 시장 곳곳 '신음'

임대료 인하 → 부동산경기 하락 → 투자자들 악영향

납품단가 조정·카드 수수료 인하 등도 연쇄 부작용

편의점·프랜차이즈는 직격탄...일자리 축소 현실로

"최저임금 등 '풍선효과' 막고 단계적 시행 했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반복되고 있다. 최저임금 16.4% 인상이라는 무리수를 지키려다 보니 악순환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당장 정부는 이달 중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출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시장 가격에 추가로 개입하는 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장금리가 오를 예정인데 임대수익률은 거꾸로 내려가 5%에 고정되기 때문이다.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내려주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대로라면 경기가 좋을 때는 많이 못 받는다. 명동만 해도 중국 관광객 감소로 지난해 임대료가 10~20% 정도 내려갔다.


불경기로 나빠지고 있는 건물·상가 수익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건물주 외에 건물·상가에 투자하고 있는 노년층에 예상치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팀장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높이고 임대료 인상에도 제동을 거는 것은 서로 맞지 않는 엇박자 규제”라며 “임대수익을 위해 대출을 받아 건물·상가에 투자한 은퇴한 노년층에게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간당 7,530원인 최저임금을 지키려다 보니 중소기업의 납품가격 증액도 사실상 반강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차적으로는 중소기업이 신청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은 10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협의회가 이를 조정한다.

또 다른 문제는 카드수수료 인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달래려다 보니 정부는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추가로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는 카드사 손실과 일반 고객들의 혜택 감소,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앞선 카드수수료 인하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지난해 3·4분기 순이익은 1,4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급감했다. KB국민은 -2.1%, 우리카드는 -38.1%나 빠졌다. 롯데카드는 적자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면 카드사 부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일반 고객과 서민들의 혜택이 줄어들고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생색은 정부가 내지만 그 부담을 국민이 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중소기업 지원과 노동자 배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곳곳에서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3조원 규모의 최저임금 지원을 한다고 발표하면서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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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지원과 사회보험료 절감 1조원에 대한 기대가 과도했다고 입을 모은다. 4조원 규모의 지원이면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에도 일자리 감소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낙관했다는 얘기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을 지켜내기 위해 임대료 인상률을 강제로 억누르고 납품가격 증액과 수수료 인하 같은 반시장 정책을 쓰면 결국 부메랑을 맞게 된다”며 “안정자금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는 없으며 부작용만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축소는 현실이다. 편의점 외에 치킨·외식 프랜차이즈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상위 6개 편의점 업체의 지난해 12월 순증가 규모는 191개로 지난해 연초 단일 업체가 늘린 점포 수보다 적다. 이들 업체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무인계산대(키오스크) 설치를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에 손님이 없어 한적한 모습이다. 최저임금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음식·주점업 생산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1% 줄었다.    /연합뉴스9일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에 손님이 없어 한적한 모습이다. 최저임금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음식·주점업 생산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1% 줄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책 순서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일 생각이었으면 음식점업을 비롯한 경비원·미화원 같은 서민계층을 받아줄 수 있는 신규 일자리 공급과 고용축소 대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축소가 현실화하자 부랴부랴 후속 대책을 쏟아내다 보니 무리수가 계속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같은 2금융권을 먼저 규제하고 시중은행 대출을 조여야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고용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렸어야 했다는 지적도 많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시행할 때는 그에 따른 부작용을 먼저 생각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먼저 준비한 뒤 본 대책을 꺼내야 한다”며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선제적인 대책이 없었다”고 했다.

/세종=김영필기자 박경훈·윤경환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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