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디즈니의 연례 공시자료를 확인한 결과 샌드버그와 도시의 이름이 사외이사 재연임 명단에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샌드버그 COO는 지난 2010년, 도시는 2013년 각각 디즈니 이사회에 합류했으나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디즈니와의 인연을 마무리하게 된다. 특히 샌드버그 COO는 한때 디즈니의 차기 CEO 물망에 오르는 등 디즈니가 눈독을 들였던 인물이기도 해 눈길을 끈다. 2016년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올해 6월 임기를 끝으로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이 같은 관측에 불을 붙였으나 최근 디즈니가 21세기폭스 자산을 인수하면서 회장 및 CEO 임기를 2021년까지로 늘렸다.
▶재연임 불발 이유는
IT기업, 뉴스·동영상 등 진출
실리콘밸리 - 할리우드 공룡
미디어 패권 놓고 경쟁자로
정보기술(IT) 업체 경영진들이 잇달아 디즈니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것은 실리콘밸리 IT 기업과 할리우드가 미디어 패권을 둘러싸고 최고의 경쟁자로 부상한 현실을 보여준다. 디즈니 대변인은 성명에서 “진화하는 사업 구도 속에서 이들 경영진이 몸담은 기업과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며 “이사회 의제에서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재선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진들은 그간 전통적 미디어 기업을 디지털 시대로 이끄는 자문 역할을 맡아왔지만 어느덧 첨예하게 충돌하는 경쟁자가 됐다. 온라인 미디어플랫폼 업체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주요 IT 기업들은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트위터는 디즈니 채널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스포츠·뉴스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페이스북은 동영상 플랫폼 ‘와치’를 올 초 론칭했다. 디즈니도 올해 스포츠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고 내년에는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동영상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미디어 패권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CNBC는 “산업 간 융합 흐름 속에 할리우드와 IT 기업이 경쟁자로 변모하게 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