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상호작용은 필요 없다

사용자를 아는 컴퓨터




가장 근본적인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마크 와이저, 컴퓨터 선구자이자 제록스 PARC 수석 기술 담당관

보스턴을 떠나 아루바로 가는 제트블루 항공사의 승객들은 이제 절대 실수할 여지가 없는 새로운 항공권을 제출한다. 다름 아닌 승객들의 얼굴이다. 종이 티켓이나 스마트폰 속의 티켓을 보여주는 대신, 게이트로 걸어가서 카메라 앞에 잠시 멈춰서면 된다. 얼굴 샷을 한 장 찍으면 카메라는 이 사진을 미국 세관 국경보호청으로 보낸다. 그러면 생체 인식 소프트웨어가 이것을 여권, 비자, 이민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다. 컴퓨터가 기존 자료와 일치한다고 판단하면, 게이트의 스크린에 녹색 신호등이 뜬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통행 신호다. 가방과 봉제인형 베개를 들고 탑승구로 가면 된다.


제록스 PARC의 수석 기술 담당관인 마크 와이저가 1988년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생각할 때, 생체인식 항공기 탑승을 처음 떠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트블루의 실험은 와이저가 ‘조용한 기술의 시대’라고 말한 미래에 대한 완벽한 실험이다. 와이저는 컴퓨터가 진정으로 유용해지려면, 기존의 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1991년에 “가장 근본적인 기술은 형체가 없다. 그런 기술은 일상 속에 녹아들어일상과 분간할 수 없다.”라고 기록했다.

현대는 컴퓨팅이 일상 속에 퍼지기 시작한 초창기다. 공항에서의 탑승을 신속하게 해 주는 안면 인식, 매일의 바쁜 업무 처리를 관리해 주는 가상 도우미, 공격적인 댓글을 규제하는 소프트웨어, 이 모든 것은 인공 지능과 기계 학습 덕택에 가능하다.

아직 스마트 스피커와 스마트폰 속에 갇혀 있기는 하지만, 알렉사, 시리, 코타나 등의 음성 도우미들은 이미 컴퓨터 밖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생활 속 보이지 않는 컴퓨팅 전환의 선봉장들이다. 알렉사는 불과 3년만에 스마트 가정 인터페이스로, 인기 있는 DJ로, 최첨단 주방용 타이머로 진화했다. 구글에도 이런 첨단화된 제품이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인공지능의 지원을 받아 사용자와 사용자 배우자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두 사람에게 각 사람에게 맞는 통근 교통 보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효율성의 커튼 뒤에는 엔지니어들이 기계 학습의 레버를 당기고 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에게 인간의 수요를 이해시키고, 반응시키고, 예상시키기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알파벳,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회사들도 얼마 안 있으면 언어 자체의 목적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덜 합리적인 인간 동료들로부터 사용자들을 보호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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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소의 사례를 보자. 지난 2월 알파벳이 가진 이 기술 인큐베이터는 실험적 프로그램인 퍼스펙티브를 출시했다. 퍼스펙티브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사용자 간의 올바른 소통을 가로막는 건전치 못한 인터넷 덧글을 찾아낸다. 지그소는 뉴욕 타임즈 사이트에 올라온 1600만 건의 적절한 덧글을 분석한 다음, 유해한 댓글을 가려내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잘 작동해 일부 무해한 댓글은 자동적으로 승인한다.

음성 도우미의 성장과 기타 손 쓸 필요가 없는 컴퓨팅 인터페이스가 나왔다고 해서, 아직도 촉각 입력을 요하는 키보드와 스마트폰이 순식간에 구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인간-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을 가르치는 크리스 해리슨의 말에 따르면 편리한 물건은 오래 남는다. “누구나 미래는 이런 혁신적인 물건들의 시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증강현실 헤드세트를 쓰고 돌아다니고, 랩탑과 스마트폰은 쓸모없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용한 기술은 계속 살아남는다. 그것이 쿼티 키보드나평면형 TV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손가락을 때때로 사용한다 해도, 결국 미래는 와이저의 직관적 고요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는 과거에 이렇게 말했다.

“좋은 도구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Bryan Gardiner

Bryan Gard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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