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한 방’이 끝내 터져주지 않았다. 재미교포 제임스 한(37·한국명 한재웅·사진)이 대역전극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하지 못했다.
제임스 한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 62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63타로 패튼 키자이어(32·미국)와 공동 1위에 오른 그는 6차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제임스 한은 전날 3라운드까지 선두 톰 호기(미국)에 7타 뒤진 공동 14위에 머물러 주목 받지 못했다. 이날은 샷이 폭발했다. 6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그는 8번부터 12번홀까지 5연속 버디를 작렬하며 맹추격전을 펼쳤다. 14번과 15번홀에서도 버디를 보탰고 키자이어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제임스 한은 5차 연장까지 네 차례나 승부를 끝낼 기회를 맞았음에도 퍼트가 번번이 홀을 외면했다. 결국 승리의 신은 여섯 번째 연장전에서 키자이어 쪽에 미소를 보냈다. 17번홀(파3)에서 둘의 티샷은 나란히 그린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다. 혈투는 짧은 퍼트에서 판가름났다. 제임스 한이 친 2m가량의 파 퍼트가 홀 오른쪽을 돌아 나오자 키자이어는 1m쯤 되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PGA 투어에서 6차 연장전은 최근 5년간 가장 길었던 승부였다.
지난해 11월 OHL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키자이어는 2017-2018시즌 첫 2승자에 오르며 111만6,000달러(약 11억8,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2부 투어(웹닷컴 투어) 상금 1위로 이듬해 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페덱스컵 포인트와 상금 랭킹(290만달러)에서 모두 1위에 나섰다. 반면 2015년 노던트러스트 오픈, 2016년 웰스파고 챔피언십 등 통산 2승을 모두 연장 승리로 따냈던 제임스 한은 이번 시즌 톱10을 준우승으로 장식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선두로 출발한 호기는 제자리걸음에 그쳐 3위(16언더파)로 밀렸다.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세계 3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공동 14위(12언더파), 세계 2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공동 18위(11언더파)에 자리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김시우(23·CJ대한통운)는 5언더파 공동 58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