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값이 계속 높게 지속되면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해요’ 최근 공복 혈당값이 높게 나오자 A씨의 휴대폰에 알림 메시지가 떴다. 공복 시 정상 수치는 100mg/dl 미만, 당뇨병 진단 기준은 126mg/dL 이상이다. 수치가 정상 범주를 넘어서자 경고가 뜬 것. 다음 날 아침에는 A씨의 키, 몸무게, 나이에 맞춘 적정 활동량과 이에 적합한 운동법이 알림으로 울렸다. 한 달간 식사 내용을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하자 단백질 섭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지난해 받은 건강검진 결과와 이후 측정한 혈압, 혈당, 몸무게 등을 휴대폰에 입력하면서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구상 중인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의 모습이다. 휴대폰 앱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건강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가 스스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치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 건강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강북삼성병원에 연구용역을 맡겨 ‘모바일을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 콘텐츠 및 알고리즘 개발’을 마쳤다. 이를 토대로 지난달부터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한 개 이상 충족한 사람 328명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목표로 한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비만 등 질환이 한 개인에게서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대사증후군이 있을 경우 당뇨병과 뇌졸중, 심장병 등의 발병 위험이 2∼5배 높다.
이에 건보공단에서는 대사증후군 발병 우려가 높은 사람에게 모바일 앱으로 식단 관리, 운동 관리, 심리 스트레스 관리 등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용자가 앱을 내려받아 혈압, 혈당, 몸무게, 식단 등을 매일 기재하면 이에 맞춰 질환에 걸릴 위험도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적당한 식단, 운동법 등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5시에 알림 메시지를 줌으로써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시킨다. 이렇게 첫 12주 동안 건강 관리법을 배우고 13주차부터 24주까지 건강한 생활습관이 몸에 배도록 실천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건보공단의 첫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로 건강검진 이후 이용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건강 관리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에서 제작됐다. 공단에 따르면 일반 건강검진 1차 수검자 중 36.3%만 2차 검진을 받는다. 전화 및 방문 등 사후 관리를 받는 경우도 대상자의 20%에 그친다. 매년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도 후속 조치가 연계되지 않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측은 “앞으로 시범사업을 3차례 정도 더 진행해 데이터를 쌓고 기술을 개발하면 인력부담 없이 건강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나아가 대사증후군 외에 다양한 질병으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같은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유럽에서는 바이오 센서를 이용해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건강프로젝트 ‘아몬(AMON)’이, 일본 니가타현에서는 고령층이 정기적으로 신체 측정 기록을 등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신 전 과정 및 출산 후 의료 상식을 음성 메시지로 전달하는 ‘아폰존(Aponjo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형 병원들을 중심으로 진화한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김응주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심혈관 환자들에게 심장건강과 운동, 영양, 복약, 스트레스, 금연 관련 메시지를 총 24주간 맞춤형으로 제공함으로써 효과적인 심장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환자 맞춤형 심장재활 도우미 앱’을 개발해 올해 중 상용화할 계획이다. 강남세브란스 병원도 최근 환자들이 퇴원한 후 영양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앱 ‘키니케어’를 개발해 현재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앱을 이용한 영양 상태 변화 효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