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은, 올해 성장률 3.0%로 상향조정…투자·고용은 '찬바람'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올려잡으면서 2010~2011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3%대 성장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세계 경제 성장세를 따라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정부정책 효과로 민간소비가 더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5년 만의 3%대 성장을 쌍끌이했던 투자가 크게 쪼그라드는데다 고용 사정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여 올해 3% 성장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출 경기마저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 더 문제다.




한국은행 2018년 경제성장 전망. /자료=한국은행한국은행 2018년 경제성장 전망.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은 18일 ‘2018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0%로 제시했다. 이는 직전 전망인 지난해 10월 전망치(2.9%)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앞서 올해 성장률을 3.0%로 제시한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2년 연속 3%대 성장 전망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추정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올려잡은 가장 큰 배경은 세계 경제 훈풍에 따른 수출 호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0월보다 이번 전망치를 조금 더 높인 가장 주된 요인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그때보다 더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른 수출 호조가 올해 성장세를 주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수출 호조 이어지고 민간소비 증가세 확대”

이날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7%로 지난해(3.6%)보다 0.1%포인트 더 높다. 이에 힘입어 올해 우리나라 수출 전망도 3개월 전보다 상향조정됐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전망에서 올해 한국 상품수출 증가율을 3.5%로 제시했지만 이번 전망에서 3.6%로 0.1%포인트 올려잡았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과 같은 수준이다.

민간소비가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성장률 전망 상향에 힘을 실었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월 전망(2.6%)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소비심리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다 최저임금 인상, 가계소득 증가 등 정부 정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경제전망 발표 후 설명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 정책 영향을 감안하면 인원 감축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의 소비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다음달 개최되는 평창 동계 올림픽도 소비와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 관계자는 “관광수입을 계산해본 결과 평창올림픽 개최로 민간소비가 1·4분기에 0.1%포인트 정도 오를 것이라고 보고 성장률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곤두박질 치는 투자, 여전히 얼어붙은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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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밖에 3% 성장을 안정적으로 견인할 요인은 미약하다. 특히 투자가 큰 폭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지난해 14.3%로 크게 뛰었던 설비투자는 올해 증가율 전망이 2.5%로 뚝 떨어졌다. 직전 전망(2.8%)보다도 더 낮아졌다. 지난해 반도체를 필두로 정보기술(IT) 부문 투자가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다.

건설투자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직전 전망에서 0.2%였던 건설투자 증가율은 이번에 -0.2%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2016년 10.7%, 2017년 7.2%에서 대폭 줄었다. 한은은 “건설투자는 올해 들어 본격적인 조정국면으로 진입할 전망”이라며 “건물 착공면적 감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등의 영향으로 둔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를 최대 과제로 내걸고 있지만 올해 고용시장은 더 차가워진다는 것도 문제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수를 연간 30만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32만명)는 물론 직전 전망(34만명)보다 크게 줄었다. 실업률은 지난해(3.7%)보다 0.1%포인트 오른 3.8%로 전망됐다. 내수 온기의 가장 직접적인 가늠자인 고용 동향이 아직 얼어붙어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이번에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아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1.9%로 전망됐다가 10월 1.8%로 내려간 뒤 2회 연속 하향 조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생각보다 늦게 나타날 것 같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물가에 대한 영향도 “유의할 정도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성장기여도 3배로… 수출에 기댄 성장 ‘불안’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이에 따라 내수가 성장에 미치는 기여도는 지난해 87%(2.7%포인트)에서 올해 60%(1.8%포인트)로 급락했다. 반면 수출이 성장에 미치는 기여도는 13%(0.4%포인트)에서 40%(1.2%포인트)로 3배 넘게 뛰었다. 최근 3년(2015~2017년)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평균 12.7% 수준이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높았던 것은 건설투자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서 부동산 과열을 반영한 현상”이라며 “올해 대외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건설투자에 편중됐던 우리 경제 성장의 양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수출이 이끄는 ‘외바퀴’ 성장세가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3% 성장 전망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경기마저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증가율 자체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 원화 강세 등 교역조건 악화에 따라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떨어질 염려도 있다”며 “3% 성장이 다소 과도한 전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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