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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列傳-SG PE] 기업 재기 돕는 '구조조정 주치의'…화학업체 등 투자로 '잭팟'

주가 2,000원대 코스모화학 인수

공장 매각·인원 감축 뼈 깎는 노력

흑자전환 성공 주가 3만원 넘어서

'기업재무안정 PEF'로 명성 자자

中 산후조리원 시장 진출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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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이산화티타늄 생산업체인 코스모화학은 지난 2013년 업황 부진과 중국의 반덤핑 수출이 겹치면서 위기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계열사 간 빚 돌려막기(지급보증)가 한계에 달하며 10여개 계열사가 동반 부도에 몰렸다. 2만원을 호가하던 주가 역시 10분의1인 2,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공장운영비조차 내지 못하면서 공중분해 얘기까지 나왔던 코스모화학을 2015년 7월 SG 프라이빗에쿼티(PE)와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손잡고 만든 ‘코스모턴어라운드유한회사’가 인수하며 급반전의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SG PE 컨소시엄은 코스모화학을 인수하며 2년간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천공장을 매각하고 직원 절반을 구조조정했다. 그 결과 중국 덤핑으로 연간 200억~300억원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는 연간 40억~50억원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감원 직원들의 복직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00원대였던 주가는 3만원까지 올랐다. SG PE의 회사 혁신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SG PE는 업계에서 ‘재무 주치의’로 불린다. 업황 불황과 산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특화된 구조조정으로 이들 기업의 성공적인 재기를 이끌기 때문이다. 김진호 SG PE 대표는 “코스모화학에 330억원을 투자하고 당시로서는 일단 회사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업황이 되살아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SG PE는 단순한 바이아웃 투자를 넘어 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PEF)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재무안정 PEF는 자본시장법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설립되는 펀드로 금융위기 이후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중요성이 커지며 일몰이 계속 연장됐다. 업황 부진과 중국의 공세까지 겹쳐 알짜 기업조차 한순간에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재무안정 PEF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재무안정 PEF로서 SG PE의 진면목을 드러낸 투자는 재영솔루텍이다. 재영솔루텍은 국내 최고 금융기술을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지만 2010년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회피)하기 위해 가입한 파생상품 키코(KIKO)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결국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굴욕을 겪었다. SG PE는 재영솔루텍에 120억원을 과감히 투자했다. 워크아웃 선언으로 신규 투자가 일제히 막힌 재영솔루텍에 단비와 같은 투자였다. 이후 재영솔루텍은 차량용 카메라 사업 등에 과감한 신규 투자를 단행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10억원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워크아웃 등으로 기업이 신규투자와 지원 등이 막혔을 때 SG PE는 이들 기업에 투자한 뒤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메스를 들이대면서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SG PE가 재무 주치의로서 역할을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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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 PE의 또 다른 별명은 작은 거인을 뜻하는 ‘스몰 자이언트(Small Giant)’다. SG PE는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을 찾는 안목으로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JW생명과학 역시 SG PE의 안목이 적중한 사례다. JW생명과학은 JW홀딩스 계열의 수액 제조사로 SG PE가 수액 제조사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JW생명과학은 2013년 무렵 제품개발 비용 충당 등을 위해 투자자 유치에 나섰고 이때 SG PE와 SK증권이 손잡고 총 910억원에 지분 70%를 인수했다. 당시 주당 인수가격은 약 1만6,419원이었다. 이후 3년간 회사 매출액이 급증했다. 회사 매출액의 90%가 계열회사인 JW중외제약 기초수액 관련 납품 물량으로 채워지는데 시장에서 기초수액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 88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5년 1,2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3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113억원으로 8배나 늘었다. 앞서 SG PE는 부동산 디벨로퍼 기업 SK D&D 지분 투자를 통해서도 투자원금 300억원 대비 두 배인 600억원을 회수하는 등 잇단 투자 대박을 내기도 했다.

SG PE가 거둔 지금까지의 투자 성과는 탁월하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및 성장 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데 회수가 완료된 5개 펀드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20%에 육박한다. SK D&D의 경우 IRR 45%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안정 분야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실력이다.

SG PE는 최근 업계에서 이색 투자로 또 한 번 회자되고 있다. SG PE는 2016년 225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드라마산후조리원을 인수했다. 드라마산후조리원은 VVIP 입원실 비용이 2,000만원대로 최근 한류스타 등 유명 연예인이 이용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SG PE는 드라마산후조리원 2호점을 열기 위해 현재 내곡동 서초어린이병원 근처 부지를 매입한 상태다. 또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국 산후조리원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현재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메리어트호텔 1개 층 전체를 장기임대해 드라마산후조리원과 같은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 영역에 어떤 장애도, 허들도 두고 있지 않지만 어떤 영역에서든 통용되는 투자철학은 ‘달리 보자는 것’”이라며 “새로운 ‘업태’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수액 제조사인 JW생명과학, 부동산 디벨로퍼 회사인 SK D&D, 산후조리원 등도 업태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투자였다”고 덧붙였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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