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토요워치-節稅미인 잡으려면]절세·탈세 줄타기 성공, 세법 관련 판례 숙지해야

'법인 우회 증여' 절세로 인정…법꾸라지 전략 통해

전문가 "세금 줄이려면 세무 컨설팅 등 활용해야"

금융이자 수입 연도별 분산…비과세 상품도 관심을

2면수정




2015A02 우회


회사를 운영하는 자산가 사이에서는 적자법인을 통해 자녀에게 주식 등을 주는 방법이 절세전략으로 유행했다. 적자법인을 자녀 소유로 돌린 다음 주요 계열사 주식을 이 법인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법인은 적자 상태라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다. 자녀도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이를 탈세를 위한 꼼수로 보고 적자법인에 자산을 증여하면 실소유자인 특수관계자에게 증여세를 물리도록 법을 바꿨다.

그러자 자산가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흑자법인에 재산을 증여하기 시작했다. 일명 ‘법 미꾸라지’ 전략으로 합법적 탈세를 이어간 것이다. 국세청은 이 역시 세금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봤다. 이번에 과세당국이 내놓은 카드는 ‘완전포괄주의’였다. 증여 완전포괄주의는 세법에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도 재산의 직간접적 무상이전을 모두 세법상 증여로 볼 수 있다는 규정이다. 세무당국은 이 규정을 이용해 흑자법인에 증여한 자산가들에게 일일이 증여세를 물렸다.


자산가들은 소송으로 반격했다. 4년을 끈 소송전은 지난 2015년 대법원이 자산가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구체적인 법 규정이 있는 사안에서까지 포괄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당국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흑자법인에 대한 증여라도 일정 조건이 되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법을 고쳤다. 지금은 법인을 통한 증여가 까다로워진 상태다.

흑자법인 증여사건은 모호한 절세와 탈세의 경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절세를 고민하는 납세자와 절세를 빙자한 탈세를 잡으려는 과세당국 간에 벌어지는 줄다리기 게임과 같다. 모호한 경계를 잘 이용하는 고액자산가들의 세테크는 때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중요한 점은 현행법 테두리에서 세금을 아끼는 것은 엄연한 절세라는 사실이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절세를 하려면 세법과 관련 법원 판례를 숙지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법 자체가 모호하거나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세무당국의 과세 성향까지 파악해야 해 세무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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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절세 자체는 국세청도 권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매년 ‘세금절약 가이드’라는 책자를 펴내 절세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일례로 국세청은 “부가가치세의 경우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한 세금은 비용으로 인정되니 빠뜨리지 말고 비용 처리하라”고 조언한다. 가령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매입세액, 영업 외 용도로 사용하는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 자동차의 유지에 관한 매입세액, 접대비 및 이와 유사한 비용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 모두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자 수입 시기를 연도별로 고르게 분산하라는 팁 또한 절세방법으로 분류된다. 예컨대 3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이자도 만기에 받는다면 3년째에 이자소득이 한꺼번에 발생한 것으로 본다. 이때 2,000만원을 넘는 이자소득은 종합과세가 되기 때문에 한 연도에 금융소득이 집중되면 매년 균등하게 이자를 받는 경우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할 상황에 처한다. 2016년도 부동산임대소득이 5,000만원이고 연간 이자소득이 1,000만원이며 부인과 미성년자 자녀 둘이 있다고 가정하면 3년치 이자를 한번에 받는 경우가 이자를 매년 받는 경우보다 67만6,000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전증여와 비과세 금융상품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사전증여는 사망시점에 보유하게 되는 재산을 줄여줘 상속세 절감이 가능하다. 증여할 때도 상속세와 같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증여세는 받는 사람을 중심으로 건별 과세하기 때문에 세율을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100억원일 경우 상속세는 100억원 전체에 대해 상속세율(30억 초과 세율 50%)이 적용된다. 하지만 만약 100억원을 배우자 및 자녀 셋에게 25억원씩 사전 증여하면 개인별로 25억원에 대해서만 각각 증여세(30억원 이하는 적용세율 40%)를 납부하면 된다. 박신욱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차장은 “사전증여는 자산가들의 합법적 테두리에서 선택하는 절세전략 중 가장 기본”이라면서 “예전에는 재산을 빼돌려 몰래 물려주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리 증여해 자녀들이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입각한 한 정부부처 장관도 사전증여로 세금을 아낀 사례가 탈세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지만 결국 합법적인 절세전략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증여신탁이 고액자산가들의 상속증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원금할인율이 3%로 대폭 줄면서 대표 절세 금융상품은 사라졌다. 자산가들은 대신 국내 주식형펀드나 브라질 국채 등 비과세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역삼WM센터장은 “거래세 0.3%만 내면 되는 주식과 환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달러도 추천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도 “상속 시 국세청에서 보통 10년치만 조회하는 것을 역이용해 골드바 실물을 산 뒤 10년을 묵혀뒀다가 현금 대신 물려주는 합법적 탈세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민준·이주원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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